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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May 19. 2017

폭풍같이 해치운 ‘장판제거, 곰팡이 청소, 젯소칠’

[나홀로 집을] by 김다영

벽지 제거로 지쳐있던 에디터에게 쉼이란 허락되지 않았다. 당장 3일 후면 가구들이 들이닥치는데… 무엇 하나 갖춰진 게 없었다. 산재한 작업 중 먼저 처리할 건 기존 장판 들어내기. 그저 바닥에 깔려있는 장판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들어내면 되는 작업이라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장판 제거에 필요한 건 커터칼과 힘 뿐!


작업을 하다 보니 싱크대 아랫부분까지 걷으려면 싱크대 전체를 들어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하부장 아래 공간 가리개가 있으니, 기존 부분은 그냥 남겨두고 자르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 쏟을 힘은 없다.
콘크리트 바닥을 마주하니 그제야 ‘정말 내가 큰일을 벌여놨구나’하고 실감이 났다.
작은방(3평)에서 걷어낸 장판들


온 집안의 맨바닥이 드러나는 덴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폐장판은 생각보다 크고, 무겁고, 많았다. 두 명이서 옮겼는데도 쓰레기장을 네 번이나 왕복해야 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모르지만 켈베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옥의 파수꾼개)라 부르기로 했다.


폐기물 수거 구역으로 가기 위해선 근육질의 개가 지키고 있는 문을 통해 나가야 했다. 그는 굉장히 화가 많아 보였는데, 사진에선 마치 반갑게 꼬리치는 것처럼 보여 억울하다. 무엇보다 목줄의 길이를 정확히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폐장판은 고물상에서 비싼 값으로 매입해가기 때문에 밖에다 내놓으면 빠르게 사라진다는 글들을 읽었다. 하지만 집 앞에 두고 하루가 지난 후에도 없어지지 않아 동사무소에서 대형 폐기물 수거 신청을 했다. 이사 오자마자 무단투기자로 찍힐 것 같아 걱정됐다.



 에디터의 깨알 TIP


대형 생활 폐기물 처리 방법은 관할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 해당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스티커를 구입하거나, 수거 업체 전화 신청, 구청 홈페이지 신청 등의 방법이 있다. 온라인 신청 후 결제를 마쳤더라도 반드시 신고 확인증을 출력해서 폐기물에 직접 부착해야 한다. 확인증이 부착되지 않은 폐기물은 무단투기로 간주되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장판을 모두 걷고 보니, 군데군데 곰팡이 핀 부분이나 심지어 벽지 아래가 썩어있는 곳도 보였다. 벽지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빗자루로 바닥을 깨끗이 쓸어낸 후 곰팡이 제거를 시작했다. 


살균 물티슈, 수세미, 곰팡이 제거제와 방지제, 락스… 일단 모조리 주워 담았다

자취생의 영원한 친구, 다*소에서 곰팡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사왔다. 이 위에 벽지를 덮으면 몇 년은 다시 못 볼 맨 벽이니, 한 번에 꼼꼼히 제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에디터의 깨알 TIP 

(출처:shutterstock.com/Bildagentur Zoonar GmbH)

벽면에 핀 곰팡이를 대충 닦아내거나, 그 위에 새 벽지를 덮으면 금방 다시 번식하기 때문에 깨끗이 뿌리 뽑아야 한다. 살균제를 뿌린 후 열풍 처리를 하면 살균 효과가 한 번 더 생긴다고 한다. 곰팡이 제거에 효과가 좋아 많이 사용된다는 스칼* 제품을 사용하려 했으나, 당장 오프라인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 포기했다. 


벽면 곰팡이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결로 현상(따뜻한 실내의 습기가 차가운 벽면과 만나 물방울로 변하는 것) 때문이다. 곰팡이 청소 후 방습지, 단열벽지 시공을 하는 등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곰팡이를 방지하는 생활습관은 실내 환기를 하루 20분 이상 시키는 것, 가구 배치를 벽면에서 10cm 이상 띄워두는 것, 난방과 냉방을 천천히 해서 실내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먼저 벽면에 락스를 뿌리고 수세미에 물을 묻혀 박박 닦았다. 물론 묵은 곰팡이가 한 번에 없어지진 않았다. 살균 물티슈로 한 번 더 닦아내고 그 위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렸는데, 충분히 기다리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벽면이 마른 후 곰팡이 방지제를 뿌려 마무리했다. 


너덜거리는 벽지와 장판, 곰팡이 등 지저분한 것들을 걷어내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이제 누런 몰딩, 창틀, 문짝 같은 곳에 젯소칠을 할 차례. 이왕 하는 김에 페인트칠도 같이하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도색은 이삿짐이 들어온 후 마무리하기로 했다.



 에디터의 깨알 TIP 


젯소는 목재나 철재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 단계에 사용하는 것으로, 페인트의 접착력을 높여주기 위해 사용한다. 본래 바탕색을 가려주고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역할도 하는데, 화장품으로 치면 메이크업 베이스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일반 젯소/강력 젯소/초강력 젯소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에 따라 물과의 희석 비율이나 덧칠해야 하는 횟수가 달라진다. 에디터가 사용한 일반 젯소는 ‘얇게 도포 후 20분 건조’를 2-3회 반복해야 한다. 방 문짝 3개, 창틀 3.5개를 칠하는 데 0.7ℓ 정도 사용했다. 


트레이, 붓, 롤러는 세트로 7천원 대에 구입했지만, 한번 칠해보고 나니 롤러가 꼭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롤러를 굴릴 때 힘이 전체에 균일하게 들어가지 않는지 색이 얼룩덜룩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롤러는 그저 붓보다는 멋있어서 좋았다.



젯소와 물의 혼합 비율을 찾아보니 7:3, 8:2, 9:1 등 의견이 다양했다. 다만 너무 묽으면 바로 흘러내려 자국이 생기고, 너무 되면 발림성이 좋지 않게 된다고. 그냥 떠먹는 요거트 정도의 농도로 적당히 걸쭉하게 만들어 쓰면 될 것 같다. 일단 감으로 대충 섞은 후, 붓으로 한번 칠해보면 느낌이 온다. 스스로의 직관을 믿어보자.


뭐든 그냥 감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농도가 너무 묽어서 일어난 참사. 다행히 젯소는 옷이나 신발에 묻어도 바로 닦아내면 쉽게 지워진다.
에디터의 경우 보호해야 할 벽지나 가구가 없어 신나게 마구 칠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마스킹 테이프를 주변에 붙이고 작업해야 한다.

블로그를 둘러볼 때 ‘젯소칠만 했는데 확 달라졌다, 페인트칠 안 하고 이대로 마무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다 칠하고 나니 그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하지만 페인트 없이 젯소만 바르면 칠한 부분이 황변하기 쉽다고 하니, 꼭 페인트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이로써 본격적인 도배·장판 전에 해야 할 작업들이 마무리됐다. 아직 갈 길이 먼데도,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어른이 된 것 같아 으쓱하기도 하고……. 벌거숭이 벽과 바닥을 보고 있자니, 한 편으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아 두려워졌다. 이삿날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이 어쩐지 더욱 생생하게 그려진다.


에디터는 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나홀로 집을' 전체 시리즈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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