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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Aug 11. 2017

흙내나는 버섯


우리 시골마을은 산이 깊어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이었다. 것도 송이 버섯! 해마다 가을이면 송이축제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산으로 향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통행금지 줄에 막혀 산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 가을에 나는 버섯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로 산을 올랐다. ‘조매’때문이었다. 고조부와 현조부 할아버님의 신주를 묘소에 파 묻고 오는 일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6.25동란 때 출외미환(出外未還 : 나가서 돌아오지 않음) 하셨고, 그로 인해 아버지께서 정식으로 제주(祭主)가 될 수 없으셨던 까닭에 조매는 수십년을 미뤄진 일이었다. 두대를 걸러 내가 제주가 되어서야 현조부와 고조부님의 신위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묘소에 제사를 올리고 삽을 박아 넣었다. 삽 끝으로 무언가 툭툭 걸리더니만 이내 끊어졌다. 봉분을 아무리 꼭꼭 밟아놓은들 비집고 들어오는 소나무 뿌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송이 향이 훅 끼쳐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송이에서 소나무 뿌리 향이 나는 것이겠지만, 송이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삼대 여덟분의 제사와 신주가 이 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받들어 모신 제사였다. 당신께서 이곳으로 돌아오실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했다. 시간이 멈추어 있던 곳이었지만 세대의 종언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날부터 왠지 코끝을 맴도는 버섯의 흙내는 언제까지 갈 것인지, 버섯을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 것들은 어찌해야 할 것인지, 가늠할 도리가 없다.    




● 혼자 먹기 : 버섯                   


1. 마트에서 쉬이 구하는 버섯은 새송이, 느타리, 팽이, 표고, 양송이다.

TIP 새송이나 느타리, 팽이는 향보다는 씹는 맛이 좋고, 양송이나 표고는 특유의 향이 강한 편이다.

TIP 표고나 양송이 같은 경우에 갓과 줄기, 대궁이의 식감이 많이 다르다. 표고의 경우 대궁이는 육수용으로 사용하고, 양송이의 경우 버린다.


2. 버섯은 대개 나무나 톱밥 재질의 판에 배양하여 키우기 때문에 밑둥에 흔적이 남아있다. 손질하여 쓰도록 한다.          


닦는다고 떨어지지 않으므로 칼로 숭덩 잘라내어주자.


3. 표고의 경우에 부드러운 식감이 중요한 경우가 아니면 말린 표고를 불려쓰는 편이 보관과 사용이 용이하다.

TIP 말렸다가 불리는 경우에 식감이 조금 더 질겨진다.         


표고를 불린 물은 육수로 사용해도 좋다.



● 버섯 레시피 : 일본식 솥밥 (타키코미 고항) 


 

재료(5~6인분)

쌀 500ml
물 500ml 
다시마 손바닥 사이즈 한 장
가쓰오부시 15g
말린 표고 4 개
느타리 한 웅큼
당근 1 개
우엉 1 개
진간장 2 작은술 반
청주 2 작은술 반
미림 1 작은 술



레시피

1. 물에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6분 정도 끓여 걸러서 육수를 낸다.

2. 말린 표고는 불려서 엄지 손톱 크기로 썬다.

3. 우엉은 닦아서 연필을 깎듯이 썰어놓고, 당근은 엄지 손톱 1/3 크기로 썬다.

4. 느타리는 손질하여 찢어놓고 반으로 썬다

5. 준비된 재료들을 양념에 버부린다.

6. 쌀을 씻은 뒤 육수를 부어주고, 그 위에 준비된 재료와 양념을 얹어준다.
TIP 쌀과 재료를 섞지 않는다. 섞으면 밥이 설익는다.

7. 밥 짓는 요령으로 조리한 뒤, 잘 섞어준다.
TIP 전기 밥솥이 있으면 가장 편하다.



/글·사진: 이지응



혼자 먹고 사는 남자의 푸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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