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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Sep 21. 2016

몽골만두 중국만두 한국만두

[별별음식] 제 2화

제 1화 몽골 양배추 요리가 궁금하면 여기로


동료 기웅씨 집 냉동실엔 늘 만두가 한 가득이라 한다. 명절이고 아니고 할 것 없이 말이다.  식구 모두가 만두를 좋아해 김치가 푹 익으면 어머니가 반죽을 만들어 숙성해놓는데, 그러면 힘 좋은 아들 기웅씨가 밀대로 만두피를 만들고 곧 양지 육수에 만둣국을 끓여 온 가족이 함께 먹는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만두는 밖에서 먹는 것에 비하면 크고 투박하지만 기웅씨는 집만두가 훨씬 매력적이라 말한다. 그렇게 만든 만두에는 이번엔 김치를 더 넣어볼까 숙주를 더 넣어볼까 하는 가족의 고민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 기웅씨네 같은 가족이 좀 있다. 그들 가정도 엄청 빚고 많이 먹는다.


물량으로 승부하는 몽골의 만두 

몽골 사람들 또한 만두를 즐긴다. ‘보쯔(Buuz)’라 불리는 만두를 몽골의 대표적인 명절 ‘차간사르(Tsagaan Sar, 음력설)’에 가구당 몇 백 개씩 빚는다. 함께 일하는 몽골 호스트 산자더리지 뱜바체렝씨 또한 시즌마다 200-300개씩 빚어왔다고 하는데, 언제 처음 만들어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떠오르지 않는 시절부터 가족과 함께 습관처럼 빚어왔다는 뜻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몽골 사람들은 명절을 일주일 쯤 앞두고 상당량의 보쯔를 빚은 뒤 밖에 뒀다 한다. 겨울 몽골의 건조하고 차가운 기후가 자연 냉동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꽁꽁 얼어있던 보쯔는 가족이 모인 명절 당일의 식탁 위에 놓일 때면 한없이 따뜻한 음식으로 변했을 것이다. 보쯔는 보통 소고기나 양고기와 무를 섞어 만드는데, 덕분에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와 함께 입안 가득하게 터지는 풍성한 육즙이 핵심이다.


보쯔는 중국의 샤오마이(烧卖)와 비슷하게 생겼다. 만두소가 약간 보이도록 머리를 터서 복주머니 모양으로 빚는다. 그런데 만둣국용 만두는 따로 있다. 터지지 않도록 꽁꽁 싸맨 다른 만두다. 그리고 크기가 엄청 작다. 엄지손가락보다 작아 한 입에 쏙 들어간다. 한국으로 치자면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과 사이즈가 비슷하다. 피를 만들 때도 손가락만한 작은 밀대를 쓴다. 그리고 미리 빚어놓지 않는다. 국이 끓기 시작하면 바로 들어간다. 즉 빨리 만들어 빨리 익혀 먹는 음식이다.


뱜바체렝씨는 그런 만두를 종류에 상관 없이 후딱 만든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회사 식구들 모두가 따라해봤지만 모두가 쩔쩔맸다. 경험하고 먹어온 게 다르니 그녀처럼 피를 얇게 펼 수가 없고 모양도 예쁘게 나오질 않아 여기저기서 이게 뭐냐 한다. 실패한 우리의 도전을 두고 그녀는 웃으며 말을 보탰다. “몽골 사람들한테 이건 기술이 아니에요. 기본이에요.”


몽골 만두 보쯔


엄청 다채로운 중국 만두 

몽골 사람들보다 더한 만두 성애자들은 중국에 있는 것 같다. 중국 호스트 장연씨에 따르면, 동지를 맞아 한국 사람들이 팥죽을 끓일 때 중국 사람들은 지아오즈(饺子)를 빚는다. 그녀도 지난 해 동지에 지아오즈를 빚었는데 다 만들고 났더니 아들은 열여섯 개를 먹었고 딸은 열두 개를 먹었다 한다. 참고로 그녀의 두 아이는 아직 유치원생이다.


지아오즈는 춘절에도 빚는다. 그런데 장연씨가 말하길 빚는 순서와 시간이 있다고 한다. 일단 저녁 여섯 시부터 바쁘게 재료준비를 시작해 야채를 볶고 음식을 만드는데, 음식의 수는 생선요리를 포함해 꼭 짝수로 맞춰 6-8개를 준비한다. 음식이 다 되면 TV를 켜고 명절에 하는 축제 프로그램을 같이 본다. 장나라가 중국에서 잘 나가던 시절에 여기 나왔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1차다. 그리고 2차의 시작이 만두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지아오즈를 빚고 먹는데, 몇 개에 동전을 넣는다. 동전 만두를 먹으면 돈을 많이 번다고 믿는다.


지아오즈는 밀가루로 빚는데, 주로 북방 사람들이 즐기는 방식이다. 귀주 출신의 또 다른 중국 호스트 장린샤씨가 말해주기를 남부 지방 사람들은 찹쌀과 쌀가루를 선호한다. 심지어 그게 소로 쓰이기도 한다. 샤오마이(烧卖)가 대표적이다. 새우나 돼지고기가 쓰이기도 하지만, 장린샤씨는 찹쌀과 멥쌀을 8:2 비율로 섞은 뒤 간장을 넣고 볶음밥 형태로 만들어 찹쌀피에 넣고 찐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장난이 아니다.


장린샤씨는 어린 날 명절에 먹었던 황진 단쥐엔(黄金蛋卷) 이야기도 들려줬다. “매년 먹진 못했어요. 생활이 어려울 땐 가장 먼저 빼는 음식이었거든요. 계란과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니까요.”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구글로 레시피를 찾아보니 어떤 사람들은 계란물을 잔뜩 풀어 특대 사이즈의 계란말이 형태로 만든다. 장린샤씨는 그들과 다르게 밀가루에 계란 노른자를 많이 섞어 황금빛 피를 만들고 돼지고기로 만두속을 채워 빚는다. 만드는 방식은 상이해도 반드시 샛노란 피를 쓴다. 역시 중국인답게 재물운을 상징한다.


중국 만두 샤오마이

결국 노동 

엄마의 만두가 생각난다. 엄마도 설날이 찾아올 때면 떡국에 들어갈 만두를 빚는다. 그 만두가 어찌나 큰지 찜기에서 안 터지는 게 다행이고 떡국 한 그릇을 가까스로 해치우면 다른 명절 음식을 못 먹는다. 매번 먹다 지쳐왔던 까닭에 동료 기웅씨랑 다르게 나는 집만두에 큰 애정을 못 느끼는데, 그만큼도 못 만들면서 흉을 잡는 건 도리가 아니니 품평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겠다. 어쨌든 엄마의 만두는 창작 요리다. 가족한테서 배운 것이 아니라 만두 좋아하는(정확히는 고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당신 스스로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런 엄마의 만두를 연 1회씩 먹다가 최근 1년 사이 새로운 일을 하면서 집만두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다. 그렇게 만든 만두는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쁜 데다 속도도 빠르고, 군만두를 포함해 1인당 3종씩 선보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형태까지 다양하다. 제대로 상품성을 갖춘 매끈한 만두를 만든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런 만두 마스터가 됐는지는 금방 감이 온다. 그들 모두가 대대적인 노동이 따르는 명절을 몇 세대에 걸쳐 매년 겪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국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만큼 만두도 다르지만 결국 삶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많이 만들어야 잘 만든다. 기술 터득에 있어 가장 확실하고 가장 뼈아픈 방법이다.



제 3화 할랄 푸드 이야기가 궁금하면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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