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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원 Apr 26. 2023

맥심믹스

단 맛에 속아 넘어가는 씁쓸한 관계

대한 커피 공화국

'아아'의 계절이 오고 있다. 우리는 커피를 정말 많이 먹는다. 매일매일 밥값에 버금가는 커피값을 쓰며 산다.

정말 그렇다. 서울의 어느 버스정류장을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켜켜이 싸인 아메리카노 컵들. 언제부터였는지 커피를 참 많이 마신다.

물론 나도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퇴근하기 전 또 한잔. 커피를 내려 마신다. 아주 맑고 구수한 에스프레소 향기를 맡으며 고급지게 하루를 시작한다.

조용한 사무실에 커피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인 때문인가?


황금비율의 '그 맥심'


달달한 인스턴트커피

사무실 커피는 두 종류가 있다. 고급진 커피와 맥심. 그렇다 그 노란 기다란 스틱에 담긴 황금비율의 가루다.

'그 맥심'이다.  

참 묘한 것이 분명 아메리카노를 먹었음에도 습관처럼 한 봉지 뜯어서 먹게 된다. 마치 간식처럼.

달달하고 맛이 참 좋다.

배가 고플 때 먹으면 왠지 배가 부른 것 같고, 졸려울 때 먹으면 잠이 깨는 그런 달달하고 익숙한 맛이다.

맥심을 마시면 커피 고유의 씁쓸함이라던지 풍미라던지 커피 본연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물을 적게 부어먹는 그 진한 달달함을 원한다.

인스턴트커피의 매력이랄까.

인스턴트는 '즉시', '즉석에'라는 의미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들을 말하기도 한다.

봉지를 뜯어 물만 부으면 되는 믹스커피처럼 쉽게 관계 맺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가벼움을 단맛을 더해 감춰버린다.

인스턴트식으로.

 

커피믹스 인사이트


귀퉁이 VIP석

나는 모임자리에서 가운데 앉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양쪽 방향을 신경 써야 하고 어쩌면 한쪽을 등지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저 한쪽 귀퉁이에 앉아서 저 멀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까지 세심하게 귀 기울인다.

귀퉁이 VIP석이 좋은 점은 사람을 관찰하기 쉽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살피다 보면 참 달달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래 믹스커피처럼.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한테는 특히나 더 진한 단내를 풍긴다. 내공이 그득한 그들은 단번에 커피맛을 구별해 낸다. 이것은 인스턴트커피인가 아메리카노인가. 

그렇지 못한 축은 그 단맛에 취해 속아 넘어간다. 지나 보면 알 것이다 커피의 본질은 씁쓸함이라는 것을.

나는 단 맛을 걷어낸 담백한 관계가. 늦지만 은근하고 구수한 풍미가 있는 아메리카노가 좋다. 

맥심을 한잔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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