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하게 얽힌 관계의 말로
최근 검단 '붕괴'사고
지난달 29일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저녁이었고 입주 전의 아파트여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서로의 잘못을 탓하고 있고. 무량판 공사여서 그렇다느니 시공문제라느니 공방이 오간다.
피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장동료는 입주지연 보상금을 얼마 받을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테니 많이. 아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전면철거
회사 앞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다. 공단에 위치한 우리 회사는 내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사 앞에 편의점 같은 것은 없었다. 1-2년이 지났을까 세븐일레븐이 들어왔다. 24시간 편의점은 아니고 저녁에는 닫는다.
어느 날 동료와 음료수를 마시러 가고 있었다.
편의점 앞에는 전봇대가 하나 있는데 누가 버려놓은 듯한 나뭇가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뭘까.
위를 올려다보니 새둥지가 있었다. 새 둥지는 듬성듬성 이가 빠져있었고 아무도 살지 않았다.
저녁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다음 날 다시 갔을 때 전봇대 아래쪽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새둥지도 말끔하게 없어졌다.
엉성했던 새둥지는 견디지 못하고 전면철거 당한 것이다.
제가 살집에 엉성함이라니.
건축의 순서
나는 건물을 지어본 특별한 경험이 있다. 땅을 알아보고 설계, 철골, 콘크리트 타설, 설비, 청소, 인테리어 전 과정을 관찰하고 참여했고 참여했다.
땅은 어떤 방향이 좋은지. 건물을 짓기 전에 터파기는 어찌해야 하는지. 설비는 어떠해야 하는지. 콘크리트가 덜 채워진 공간은 어떻게 처리하고 마감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몸소 느꼈다.
제일 많이 한 것은 역시 청소이지만.
주도적이지만 주도적이지 않게
건물을 짓는 데도 순서가 있듯이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서도 사람에 대한 정보가 먼저고, 인테리어는 가장 나중이다. 인테리어를 먼저 하는 경우는 없다.
나는 소개받는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그 사람 배경에 대해서 공부한다.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가족구성이나 어디 사는지 등 사람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나간다. 아니 사실은 상세하게.
그리고 공통점이 무엇일까.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할까.
사람을 만나고 나면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이야기를 해 나간다.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주도적인가 주도적이지 않은가를 생각하며.
주도적이면서 주도적이지 않게.
관계는 보수공사다
그렇게 형성된 관계에 기둥을 세우고 설비를 올린다. 다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관계가 되었을 때도 붕괴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경험상 우리는 두 가지 상황에서 붕괴에 직면한다.
기대치가 높았을 때. 신뢰감을 잃었을 때.
기대라는 높낮이와 신뢰감으로 붕괴 직전의 관계를 보수해 보도록 하자.
무턱대고 눈을 치켜뜨며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할게 아니다.
자. 나도 모르는 사이 전면철거 당하기 전에 보수공사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