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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보 Dec 07. 2020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바꿔온 물건 #3 세탁세제

세탁볼, 소프넛

201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러기에 최선을 다하고도 있다. 환경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내 삶에서 조금씩 바꿔왔던 물건들을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몇 가지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물건도 있고 아직 시행착오 중인 물건도 있다.


친환경 제품을 써보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탁세제를 바꾸게 된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플라스틱 용기 사용 지양

2. 미세 플라스틱 잔류 우려

3년 전 세탁세제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이슈화되었고 이때 나는 간편한 캡슐형 세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많은 액체세제와 캡슐형 세제에서 높은 세정력을 위해 5mm 이하의 물에 녹지 않는 '마이크로 비즈'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작은 크기 때문에 하수 처리장에서 걸러지지 못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아래 이미지처럼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다시 인간의 식탁에 돌아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출처 : 그린피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부터 제조·수입하는 세정제품(세정제, 제거제)과 세탁제품(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에 마이크로 비즈 사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미세 플라스틱의 대표 제품인 '향기캡슐'은 대체재가 없어 규제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흠.

3. 화학합성 계면활성제 사용 지양

화학합성 계면활성제의 경우 생분해가 잘되지 않아 물, 토양을 오염시킨다. 특히 물 위에 거품이 형성돼 햇빛과 산소를 차단시켜 물속 생태계를 위협한다.





'친환경 세탁세제'를 검색해보면 친환경 생산공정으로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액체류 세탁세제의 종류를 많이 볼 수 있다. 기존 합성세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친환경인 제품이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보완해 주는 두 제품을 써봤다.


Copyright 2020. gobo All rights reserved.

#런드리볼

처음 써봤던 제품이자 3년을 사용한 제품이다. 구입 당시 자료를 충분히 찾아볼 시간이 여의치 않아 원리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 상세페이지와 리뷰만으로 반신반의하며 구입해봤다. 위 3가지 목적을 만족하는 유일한 제품이기도 했다. (런드리 볼의 원리는 본문 마지막에.)


플라스틱 배출 횟수 급감 : 3년에 1번

런드리 볼은 반영구 제품으로 약 3-5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니 세탁세제에 관련한 플라스틱 배출을 최소 3년에 1번으로 확 줄일 수 있다. (실제 런드리 볼 외피 재질은 SEBS라는 복합 수지이나 이해를 돕기 위해 플라스틱이라고 적었다. 복합 재질이기 때문에 추후 재활용이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세탁세제 용기 또한 대부분이 other 재질로 역시 재활용 안된다.)


헹굼 횟수 감소 > 물 절약

세제의 잔류로 세탁기 헹굼 기능은 기본적으로 3회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런드리 볼의 경우 잔류 세제가 없기 때문에 헹굼을 2회로 줄여도 무관하고 그만큼의 물을 절약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3년 정도 사용한 런드리볼 Copyright 2020. gobo All rights reserved.

사용 후기

세제보다 살균력이 우수하고, 아토피가 심한 사람들은 피부 트러블이 없어졌다는 리뷰도 봤지만 나의 경우 실제로 체감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사용 기간 동안 한 번의 불만 또는 불편함 없이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기억력이 안 좋은 탓에 사용 기한을 까먹는 것에 대한 걱정을 했었는데, 어느 날 세탁 후 세라믹볼이 한두 개씩 빠져 있었다. 계산해보니 3년 정도 사용했을 때였다. (그래서 사용기간이 3-5년인 건가..)


재구매 의사가 있었지만 그 사이 새로운 제품이 나왔길 바라며 다시 서칭을 시작했다.





Copyright 2020. gobo All rights reserved.

#소프넛

역시 찾아보길 잘했다.


100% 천연 식물 소재

소프넛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이다. 이 열매는 계면활성제 성질을 가진 '사포닌'을 포함하고 있어 고대부터 아시아인들과 미국 원주민이 세정을 목적으로 사용할 만큼 오래된 천연 세정제로, 세탁세제뿐 아니라 세정이 필요한 어떤 용도든 될 수 있다. 원산지는 세계의 열대지방 곳곳이며 국내는 전남,경주,제주 등이다.


100% 생분해 폐기 가능

당연한 이야기다. 식물 열매이기 때문에 100% 생분해 가능하다.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 가능하고 또한 건조한 소프넛은 퇴비로도 활용 가능하다. 나의 경우 반려 식물, 앞뜰에 퇴비화하였다.


헹굼 횟수 감소 > 물 절약

런드리 볼과 마찬가지로 잔류 세제가 없기 때문에 헹굼 횟수를 줄여도 무관하고, 그만큼의 물 절약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2회로 낮춰 세탁한다.


강한 세정력

원리 : 소프넛이 물과 접촉 시 계면활성제 성질을 가진 사포닌이 물에 녹아 나오면서 세정력을 갖게 됨.

소프넛에는 기포제가 들어있지 않아 화학세제만큼 거품이 많이 발생하진 않지만 충분한 세정력을 갖고 있다. 나의 경우 세탁보다 설거지에서 세정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화학 액상 세제만큼 좋은 것 같다!


Copyright 2020. gobo All rights reserved.

사용 방법

다양한 사용 방법은 링크로 대신하고, 이 글에서는 시행착오를 통해 생긴 나의 팁들을 공유한다.


Tip_1 세탁 시 쉽게 풀어지기 때문에 주머니 타입은 지퍼형이 제일 좋긴 하다. 없다면 꽉꽉 묶기!

Tip_2 소프넛 양은 세탁물 10kg 기준으로 12-20개 정도.

Tip_3 섬유 유연제는 쓰지 않아도 된다.


사용 후기

소프넛을 사용하기 전 몇 가지 우려사항이 있었다.

- 열매에서 특유의 향이 나서 세탁 후 옷에 배어 나올 수 있다. 후각 민감도 '중'인 나는 세탁물을 널 때 혹은 개킬 때 특유의 향을 맡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프넛을 액상 세제로 만들기 위해 끓일 때는 많이 났다.

- 시간 비용이 든다. 사용 방법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다. 나의 경우 주머니에 넣어 세탁세제로 쓰는 방법소프넛을 끓여서 액상 세제로 쓰는 방법 두 가지를 시도했고, 현재는 전자로만 사용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2주라는 다소 짧은 사용 기한을 갖고 있다. 현재로써 시간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아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어떤 이는 4주까지 써도 된다고 하는데 판단 기준이 없다. 생산자가 없어 정확한 사용 기한을 모르는 게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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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도 생각해보자. 플라스틱용기 세제 1개의 사용 기간을 1년, 주 3회 세탁으로 가정하고 소비자와 지구 각각의 기회비용을 계산해봤다. 소프넛을 사용함으로써 세탁 1회당 추가되는 시간을 1분 남짓으로 계산하면,

내가 플라스틱용기에 든 세제를 사용하는 대신 소프넛을 사용함으로 1년에 추가로 더 써야 하는 시간은 156분, 2시간 36분이다. 반면 폐기 후 지구에서 분해되는 시간은 약 1000배 차이가 난다. 100년도 아니고 1년에 1번 플라스틱 용기를 써도 지구는 약 1000배가 되는 기회비용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2시간 30분을 절약하기 위해, 지구의 500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이보다 더 친환경적인 세제가 있을까?

아무리 친환경 재료로 제품을 만든다 한들 인간이 무언가를 하는 모든 행위에서 오염은 발생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소프넛보다 더욱 친환경적인 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2020.12 기준으로 소프넛을 사용한 지 2달이 되었다. 사용 전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동안의 자체 테스트 결과 아직까지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제품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든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세탁 세제로는 평생 소프넛을 쓰지 않을까 싶다.






참고자료



소프넛 다양한 사용 방법 : https://blog.naver.com/minimalliving/221804662421

소프넛 위키피디아 : https://en.wikipedia.org/wiki/Sapindus#Uses

런드리 볼 원리 : https://biocera.kr/biocera-green-ball-laundry-washing-ball

http://www.10x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2032486

NSF : http://www.k-mit.com/bbs/board.php?bo_table=b02_02_06




런드리 볼의 원리


-세라믹은 금속/비금속/중금속 들을 1,200도씨에서 구워 만든 비금속 무기질 고체 재료로 음이온,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것에 기인해 런드리볼이 발명된 것으로 보인다.

음이온은 물을 이온화시키는데, 이온화된 물은 pH를 높이고 계면활성제 작용을 한다.

원적외선은 물 분자를 잘게 쪼개 주는데, 섬유 한 올 한 올에 물 분자가 오가면서 물을 활성화시켜 때를 분리하여 걷어낸다.


-세라믹 볼의 경우 NSF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 있다고 한다.

NSF는 북미 국가위생국(National Santiation Foundation)의 약자로 주방용 요리기기, 수질 관련 위생규격 인증서비스를 담당하는 곳. 정수기 인증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용기간이 왜 3년인지는 찾지 못했다.


(비 전공자가 단순 호기심으로 이해한 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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