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잃었는가
높은 건물이라고는 5층짜리 쇼핑몰이 전부였고, 한적한 공원과 스케이트장도 아담했다.
언제나 자연을 보고싶다고 외치는 남편은 근교에 있는 코델라인 이라는 도시를 골랐고, 나는 이름이 이뻐서 가는데 동의했다. 밤에 도착한 코델라인이 사진에는 잘 안담겼지만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이쁜지 나중에 우리 여기와서 살자고 했다.
호수를 끼고 이쁜 집들이 즐비했다. 어떤 집은 보트 선착장까지 마당이 이어져 있다.
산 중턱, 산 꼭대기로 이어지는 산길 도로를 따라 가보니 대궐같은 집들이 많았다. 거기서 보는 호수 뷰는 장관이였고, 여기에 작은 집을 짓고 아담한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베큐 파티를 하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겠다 생각했다.
사람 마음은 다 거기서 거기 인가 보다. 내눈에 이쁘면 남의 눈에도 이쁜 법.
zillow 부동산 사이트에 찾아보니 좀 비싼 도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마이애미 부자들의 별장이 이곳에 많이 있다고 한다.
그들 덕분에 집값이 만만치 않아 그곳에 사는 것은 포기했다. 포기는 빠를 수록 좋은 법!
국경을 넘어 마지막 일주일을 캐나다 친구집에 머무를 때 대구에 코로나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다시 한국을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미국으로 돌아가 시댁에 있는것이 안전한 것일까 등 의견이 분분했고, 코로나는 그저 중국에서 생겨나서 아시아에만 잠시 퍼진 바이러스 정도로 여겼였다.
일년이 넘게 마스크 없이 밖을 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어렸을때도 SF 영화를 보면 물을 사 먹고, 공기가 좋지 않아 산소를 산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무슨 그런 일이 있겠냐 했지만 이제는 물을 사먹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아직까지 산소를 사지는 않지만 황사,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쪽 하늘은 뿌옇게 앞을 가리는 걸 보면, 산소를 사야 하는 날도 오게 될까 두렵다.
얼마전 개봉한 승리호에서도 지구는 황폐화 되었고, 부유하고 선택받은 부류들은 화성에 정착했다.
미래를 다룬 영화는 왜 하나같이 암울할까. 예전에는 그저 상상력으로 치부하고 말았다면 영화 컨테이전, 각종 좀비 영화들, 킹덤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슷한 사건들이 현실에도 벌어지고 있는걸 보면 이제는 그저 상상이 아닌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인이상 모임 금지에 설에도 옆집, 윗집을 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누구는 희생하며 협조를 잘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면 화가 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시대에 살게 된거 같아 씁쓸하다. 나 또한 식당에 사람이 많아야 하는게 정상인데, 붐비는 시간, 붐비는 식당, 까페 등을 피하게 되고, 친구들 또한 나보다 외출이 잦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걸로 보이면 괜시리 이번 말고 다음에로 약속을 미루게 된다.
우리가 잃은 것은 그저 여행의 자유, 마스크 없이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자유만일까?
서로서로 조심하면서도 인간애는 잃지 않게 되기를. 그렇게 되기 전에 이 모든 것이 빨리 안정화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