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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Mar 15. 2019

단유를 기다리며

모유수유 그 험난한 여정

모유수유 당연히 해야죠 

진심입니까? 

진심인가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모유수유, 모든 엄마들이 조리원 혹은 병원 퇴소 이후 직면하는 제2의 출산 경험

 신이 내린 가슴으로 처음부터 수월하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천만분의 일의 확률이 아닐까? 나도 거저 되는 줄 알았지 그러나 전혀 아니지. 여성은 신의 축복을 받은 몸이라더니 이게 과연 축복인가 싶다. 

 호기롭게 6개월은 모유수유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이 조차도 겸손한 기간이라 생각했었다. 현실은 늘 그렇듯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조리원에서 유축기 사용법을 잘못 듣고 아주 강한 압력으로 쭉쭉 뽑아냈었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아기가 잘 빨아주었으나 사출이 심했다. 사출이란 유두구로 모유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 젖양은 많은 편인데 유선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치밀 유방으로 가슴은 뭉쳤다. 아기를 낳지 않은 엄마들은 무슨 말인가 싶겠지. 쉽게 말하면 용량 과다로 좁은 파이프가 꽉 막힌 거다. 초반에 유두를 물리는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사출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유축할 때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젖줄기를 보며 뿌듯해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 80여 일을 지나는 시점, 그 물줄기가 아기의 목을 겨냥해 괴롭히고 있다. 아기는 못 먹겠다고 시위 중이고 나는 100일도 못 채우고 모유수유를 그만두게 생겼다. 잘 먹지 못하니 잠도 못 자고 잠을 못 자니 칭얼거리고... 젖꼭지에서 시작된 사출이 내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허리, 손목, 골반 모든 게 삐걱거린다. 게다가 어제는 편두통인가 싶었는데 세상이 핑 돈다. 빈혈까지 더해졌다.


 모유수유가 좋다고 사방팔방에서 권장한다. 또 그간 고생 끝에 이제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되었다.


 GO or STOP? 


 오늘도 여전히 짧은 수유시간에 내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 싶다.

 모든 육아의 정답이 그렇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 고통을 감내하고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분유로 갈아탈 것인가. 백일 무렵 아기는 젖병과 엄마 가슴 또는 분유와 모유 중에 선택을 한다고 한다. 더 주저하다간 100일 정도의 아기에게 선수를 빼앗길 수 있다. 나의 편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몸 편하자고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지 않는다는 느낌적인 느낌. 그렇지만 불편한 내 상황에 육아가 즐거울 리 없다. 육아에 지쳐 인스턴트와 배달음식에 슬슬 발을 들이고 있는 내가 소보다 나을게 뭐람.


 모유수유 그 처음의 시작도 요란했는데 단유도 그냥 될 리 없지

 약을 처방받아먹기도 하고 민간요법에서 유명한 엿기름 물을 마시기도 한다. 단유 마사지는 최소 4에서 6회는 받는 것으로 보인다. 수유기간이 길면 아기에게 설득하는 기간도 필요하다. 인생에 첫 번째 이별을 경험해야 한다. 여러모로 난관의 문제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할 때는 완분으로 갈아탈 거야 라는 전제하에 글을 썼다. 지금까지 거쳐온 여러 문제들처럼 오늘 새벽에는 잘 먹어주는 너.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내려놓음이 저절로 학습된다. 진취적 해결방법이 아니고 또 내가 선택한 방법도 아닌 어쩌다 보니 지나간 문제의 순간들 1이 되겠지. 나는 아직도 여러 물음표 속에 육아를 이어가고 있다. 확신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안개 자욱한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작은 손전등을 하나 가지고 혼자 있는 기분이다. 물론 아기에 대한 믿음은 항상 있다. 너는 잘 해낼 거야 이건 지나갈 일이야. 나에 대한 믿음은 글쎄올시다. 모유수유도 너를 믿고 천천히 변화해 가도록 하자. 아기는 아기의 선택을 할 거고 나는 나의 선택을 하겠지. 우린 중간에서 만날 거야.


 100일이 다가온다. 기적이 될지 기절이 될지 지금 이 순간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아서면 기분이 바뀌므로 확언은 하지 않기로 하자. 일단은 지금부터 젖병 사용 횟수를 늘리려 한다.

 어느 날 가벼워진 양쪽 가슴과 엎드려 자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나는 맥주캔을 들고 내 양쪽 가슴을 위한 축배를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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