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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Mar 14. 2019

육아, 단짠짠짠의 연속

모든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로 귀결된다.

 마지막 글 이후, 한동안 몸은 방전 상태였고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육아를 하다 보면 엄청 고된 날이 있다. 잠도 못 자고 체력적으로도 지쳐 힘든 상태 '와, 못해먹겠다.'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갑자기 선물 같은 휴식기가 찾아온다. 그동안 두 번의 통잠을 잤고 나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며 다시 한번 통잠의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건 신의 뜻일 뿐 나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단짠의 육아를 놓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어느 정도 패턴이 잡혀가고 나도 아기가 원하는 게 뭔지 파악되었다고 자만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는 날이 생긴다. 그럼 또 다른 숙제를 받은 양 게을러졌던 육아일기를 쓰면서 원인을 분석해본다. 신생아기에 알 수 없는 배앓이가 그랬고 아기의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가는 기간에도 그랬다. 그럼 무한 검색에 들어가 어중이떠중이 정보들에 위로를 얻는다. 나만 겪는 기간이 아님에 안도하고 이거도 과정이구나 순응한다. 항상 반복되는 패턴에도 불구하고 매번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틈새 시간에 글도 쓰고 했었는데 그냥 아기 옆에 누워서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잉여로운 시간이 잠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다.


 마지막 글을 보면 오만하게도 육아 사이사이의 여유에 대해 썼었다. 반성과 자조의 아이콘답게 또다시 그 순간을 반추하며 섣부른 결론에 심취한 나를 책망한다. 고작 한 달, 극한의 시간이라지만 그거로 육아를 논하다니 이십 대에 한 달을 보내고 어른인 양 구는 성인 초년생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할 만한 육아를 하고 있다. 이게 이 정도면 할만한데? 가 아니라 죽지 않고 연명하고 있는 육아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의 일과는 일어나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국민 모빌과 아기체육관으로 깨어있는 시간을 보낸다. 하품을 두어 번 하면 쪽쪽이를 물고 낮잠에 들어간다. 아주 일상적인 패턴인데 요즘은 잠투정이 간간히 끼어든다. 아기는 스스로 잠자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존재다. 엄마는 머리만 대면 잘 수 있는데 너는 이게 힘들구나.


 타인의 육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 너무 방임하고 있나 걱정도 된다. 매일 책을 읽어주는 다정한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옹알이에 곧잘 대답해주고 깨어있는 동안 10분 정도는 최선을 다해 웃겨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자극이 중요한 시기라던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대답해주고 쫑알쫑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 가습기 소리, 아침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설거지하는 소리, 빨래 냄새, 밥 냄새... 자연에서 온 자극들은 아닐지라도 생활 속 후각, 시청각 자극들로 충분하지 않나 스스로 위로해본다.


 잠투정이 막 시작되었던 날, 원인을 모르니 안고 두 시간 넘게 달래기에 바빴다. 작은 아기가 뭘 알고 울겠냐마는 나도 너무 힘들었다. 아기 안고 운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거구나 공감도 해보고 너무 힘든 상황에 원망도 해보고 이런 마음가짐에 자책도 했었다. 그리고 울다 지쳐 잠든 아기를 보면서 밀려오는 미안함과 나는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에 와르르 무너졌었다.


벌써 160ml 정도도 먹을 수 있는 아기로 레벨업 했다. 통잠보상 기간이 가까워 오는 것 같아 설렌다.


 아기도 나의 감정을 느낀다. 일어나 방싯방싯 웃어주면서 나를 위로해준다. 울어서 눈물은 그렁그렁해가지고 옹알이로 '으응' 한마디 해주는데 엄마 힘들죠 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자라고 있는 네가 제일 힘들겠지. 엄마도 힘내 볼게.

 그래 놓고 하루 뒤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바운서에 내려놓았다. 그러니 뚝 그치고는 혼자 논다. 허겁지겁 유축해둔 모유를 데워 왔건만 아는 채도 안 한다. 삐진 게 분명했다. 남편은 아직도 믿지 않는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남편이 아기와 단둘이 잔다. 나는 혼자 작은방에서 자는데 컴컴한 방에 누워서 한 주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돌려본다. 바로 옆방에 있는 아기를 두고 작은 화면 속에 아기를 되돌려보고 있다. 그 순간에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래 우리 사이에도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어.



지금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의 육아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저것 쓰고 싶은 소재도 많았는데 모두 공중으로 흩어져버렸다. 출산과 동시에 기억력도 낳아버린다더니 정말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은 사라져 버리고 지금 이 순간만을 살고 있다. 아기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육아는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찰나 임을 안다. 그래서 견딜만하다. 나의 하루는 최고에서 나락으로 널뛰기를 반복하지만 괜찮다. 어른이 되면서 참을성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갈 순간이란 걸 알기에 의연해진다. 아기가 함께 하는 순간이 나를 또 성장시킨다.


 그런데 100일의 기적은 언제 오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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