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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Feb 15. 2019

육아, 내 마음의 내려놓음

힘듦이 선물해주는 특별한 시간들

 미색의 시간, 저녁 집중수유 이후 아기가 긴 잠을 잘 때

 아기에게 밤이 왔음을 알려주고 온 방에 불을 끄고 재운다. 부엌의 따뜻한 미등만 켜 두고 집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아기방에서는 아기가 자라는 소리(용쓰는 소리)가 들리고 골전도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컴퓨터로 글을 쓰는 이 시간

 회사를 다닐 때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짧게나마 떠났던 여행에서 받았던 위로를 지금 이 시간에 부엌에 앉아 느낀다.


 청색의 시간, 아기가 일어나기 전 고요한 아침

 아침이 오고 밤새 몇 번을 일어났는지 너의 하루는 어땠었는지 기록을 하면서 동이 터오는 것을 본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내길 조용히 기도해본다.


 반짝이는 시간, 너의 움직임이 너의 웃음이 너의 숨소리가 나에게 기쁨이 될 때

 고난한 하루의 사이사이 너의 미소와 너의 눈빛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실전 육아에 뛰어들면서 나는 아기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에 몰두했다. 하루 일과가 일정하길 바랬고 아기의 패턴을 파악해 힘든 육아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루는 잘 자나 싶다가도 하루는 잠투정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나에게 던져주고, 하루는 종일 잠만 자서 걱정하게 하고 또 하루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잠에 들기도 한다. 잠을 재운다 해도 깨는 건 네 마음이지... 서점에 놓인 수면 교육책을 몇 번이나 정독하고 카페글도 여러 번 봤는데 생각처럼 안 되는 게 자식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사실 나 조차도 계획적이고 칼 같은 칸트 라이프를 살지 않고 있는데 태어난 지 두 달도 안된 아기에게 너무 많은걸 바란 것 같다. 신생아기에 경험하는 체력 한계의 벽 다음 오는 미션, 마음 내려놓기.

 아기의 존재가 실생활 명상을 하게 만든다. 편히 자는 3시간에 감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고 몸의 고단함 속에서 너의 미소가 주는 기쁨에 감사한다. 그리고 아기가 오늘 평온한 하루를 보내길 건강하게 자라나길 사랑을 많이 받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면서 이 순간에 온전히 있게 한다. 너는 나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부모가 되면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더니 네가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을 선물해준다. 네가 주는 기쁨이 나의 힘든 시간에 큰 보상이 된다. 


 하루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해서 그 하루가 지속될 것을 기대하지 말고 하루 힘들었다 해서 그 힘듦 속에 머물 필요 없음을 배운다. 정말 부질없는 것에 일희일비하고 기쁜 순간은 놓치기 쉽다. 그냥 자라는 모습에 머물고 힘든 순간은 훌훌 털어 버리기로 했다. 물론 엄마의 몸이 편해야 마음도 더 넉넉해지는 건 맞다. 지금도 수면교육은 진행 중이다. 아직도 불안감에 의미 없는 웹서핑을 이어가고 별 내용도 없는 글들에 안도하지만 첫 한 달에 비하면 많이 의연해졌다.


 아기가 커가면서 패턴을 분석하는 나처럼 무엇인가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겠지. 나 또한 부모님께 많은 좌절(?)을 안겨주었던 아이였기에 아기에게 큰 기대 없이 키울 거라 다짐했다. 바라는 것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했던 마음에 더 길게 잤으면 칭얼거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하나둘씩 덧붙는다. 자람에 충실한 아기에게 무엇을 더 바란다니... 아기는 본업에 매우 충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건 내 욕심이다.

 내려놓아야지.

 울음에도 의연해지고 힘든 순간도 무리해서 이겨내려 하지 말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해나가야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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