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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Feb 10. 2019

출산, 그 후에 오는 것들

feat. 모유수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임신기간, 출산 그리고 산후에 관해 공부했었다고 생각했다. 그 얕디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수업도 했었고 잘 안다고 자부심까지 가졌었다. 그러나 실전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어설픈 수업을 했었는지 그리고 무지했었는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시 한번 엄마들은 대단하고 출산과 육아는 엄청난 일임이 분명하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거 엄마면 다 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말한다면 아갈머리를...)


 임신기간 동안 태교와 임신 증상에 관해서만 찾아봤지 모유수유나 육아는 알아서 다 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몸에서 없던 게 만들어지는 건데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고 해보지 않은 일들이 쉬울 리 없다.

 '임신기간 동안 미리 마사지를 해두면 좋다.'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혼자 배웠던 기저부 마사지도 했었다. 그러나 유선은 매우 민감하고 나의 가슴 상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 수 없기에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거였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밀 유방 보유자인 대한민국, 젖 뭉침은 일상이다. 깊이 물리라는 건 아는데 얼마나 깊이인지 유륜이 안 보이게 라고 하지만 아기 입술에 유륜은 가려지기 마련이고 멘붕과 고통의 모유수유가 시작된다. 여기서 또 듣게 되는 조언, 시간이 약이다. 그러나 모유수유는 시간이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다.

 나의 경험을 빌어 소소한 팁을 주자면 모유수유는 전문가에 가이드받을 것, 마사지도 전문가에게 받아야 젖양에 따라 적절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젖양이 많으면 기저부를 주무르면 안 된다. 유륜도 건드리면 안 된다. 박경숙 원장님의 123 마사지 영상을 추천한다.


https://youtu.be/udsGKszlFVw


 나는 젖양이 많은 편이라 조리원에서도 젖 뭉침이 잦았다. 이후 집에서도 뭉침이 생겨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마사지가 잠시 풀어주었으나 비전문가의 손길로 젖양이 더 늘어버렸고 늘어난 젖을 비워내느라 잦은 유축으로 더더 증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조리원에서 제대로 된 모유수유 교육을 듣지 못해서 아기를 깨워 먹이는 것도 몰랐고 달라는대로 주다가 체력도 고갈됨. 온몸이 부서지는 경험 후 부랴부랴 모유수유 경험담을 찾아 읽어보았다.


 유축은 자주 하지 말고 손으로 꾹 눌러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비워내어 준다. 샤워하면서 쭉쭉 비워내 주는 게 가장 편했다.

 한쪽만 길게 물려라, 5분씩 물려라. 의견이 분분한데 깨워 먹이기 위해서는 5분씩 먹이는 방법이 적절하다. 그래도 자신의 가슴 컨디션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을 듣길 바란다.

 신생아 기간을 졸업하고 수유 계획을 세웠다. 텀은 2시간, 2시간 반, 3시간으로 차츰 늘렸다. 지금은 2시간 반과 3시간 사이로 융통성 있게 먹이고 있다. 이런 조언과 배움들 덕에 점점 더 인간의 삶이 되어간다.


 모유수유 외에 아기의 알 수 없는 울음이 나를 힘들게 한다.

 집에 온 날 겪었던 멘붕 중에 하나가 아기의 배앓이 증상이었다. 새벽에 원인도 모르고 울기만 하니 초보 엄마 아빠에게는 고난도 미션이다. 영아산통인가 짐작도 해보고 해결책은 그저 안고 그칠 때까지 달래는 것뿐. 관찰 결과 아기가 특정 시간 배변 시 방귀와 함께 힘들어하는 것을 발견했다. 친정엄마는 그렇게 울리냐 배고파서 그런 거 아니냐 도움 안 되는 이야기로 속만 긁어놓았고 이모님도 명쾌한 답변을 주시진 못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얻은 조언으로 유산균을 먹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울음 중 경우는 고파서였고 어떤 경우는 잠투정으로 보였다. 그리고 트림이 경우도 있었다. 배가 아파서 우는 경우는 하루 정도, 배변과 방귀가 함께 나오는 새벽에 그런다. 그래도 초반 자지러지는 울음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개선의 원인이 유산균인지 아기가 커서인지 모유가 변한 건지 이유가 너무 많아서 가늠할 없다.

 신생아는 밤낮을 모른다. 나름 낮 위주로 모자동실을 해서 햇빛도 쐬어주고 낮에는 노는 거라고 조기교육도 했었는데 소용없다. 밤에 잠들지 않고 바둥바둥 혼자 놀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또 운다.

 알 수 없는 울음이 많다. 태중의 환경과 지금 환경에 적응 중이라 힘든 기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체력도 많이 떨어진다.

 지인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기분전환도 하고 싶은데 체력이 안된다. 한두 시간 외출조차 피곤하게 느껴진다. 몸에 근육이 정말 많이 빠져서 걷는 것조차 다르게 느껴진다. 깊은 숙면도 휴식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피로감은 축적되고 체력은 떨어진다. 엄마들이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된다.

 끊어질 것 같은 허리와 삐걱대는 무릎, 너덜거리는 손목 내 몸은 언제 회복되는 것인가. 손탄다고 안아주지 말라는 엄마들과 어떻게 매정하게 예쁜 손주 울리냐는 아빠들. 산모도 케어를 받아야하지만 막 태어난 아기만큼 큰 관심을 받진 않는다.


 마지막 우울감

 깊은 우울함을 모두가 겪는 건 아니지만 나는 검색 키워드가 모두 생후 n일 아기 또는 아기 변, 수유 텀, 수유량으로 점철된 핸드폰을 보고 현타를 맞았다. 불안감에 검색에 의존하고 별 일 아닌 것에도 걱정이 커진다. 나의 모든 시계가 아기가 중심이 되고 (당연한 시기지만!) 나의 삶은 수유와 아기의 잠에 맞춰진다. 책 한 줄 볼 시간도 없고 몸은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유수유도 힘든데 살이라도 빼려 하면 젖량이 쑥쑥 줄어든다. 모유 수유하면 살 빠진다더니 머리카락만 빠진다. 아기가 울면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기가 넘어갈 듯한 울음을 울면 미안한 마음이 나를 뒤덮는다. 그리고 온 평화의 시간엔 이 예쁜 아기 때문에 힘겨워하고 이 시간이 괴로운 내가 못난 엄마가 된 것 같다. 육아 기간은 아주 x 같다. 이 기간 덕분에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효심이 치솟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기력이 가장 빠지고 늙음을 초 단위로 느낄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근데 아기가 너무 예쁘다. 보람도 느낀다. 하나의 온전한 생명이 나를 바라보고 웃고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장 극단의 양가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이다.


 최근에 친구가 나를 위한 선물을 주고 싶다고 무엇이 갖고 싶으냐고 물었다.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삶과 육아가 겹쳐 가지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그때 느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를 위해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도 없다니, 그나마 지금 가지고 싶은 게 고작 가습기 한 개 더 사기라니!

 이전에 지금 나의 육아 시기를 거치고 있는 친구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가 타로 가게를 지나가면서 아들이 언제 통잠을 자는지 묻고 싶다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육아라는 게 통잠을 잔다고 종료되는 거던가. 이다음 그다음 산을 또 마주하게 되겠지. 가지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것보다 더 많은 충격을 경험하게 되겠지.


 신생아 기간이 가장 힘들고 50일,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기간이 있는 건 이 기간이 너무 힘겨워서 이 이후에 오는 힘겨움 들은 그래도 신생아 기간 보단 나았지 하는 비교군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래의 나는 또 지금을 추억할 거다. 그때보단 덜 힘들다일지 그때가 좋았지 일지는 내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임신기간에는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출산 경험은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에게 영웅담처럼 늘어놓을 수 있다. 육아기간은 아기가 자신과 세상 사이에 조율을 해가듯 나도 엄마인 나와 나 자신을 맞춰가는 기간이다. 나는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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