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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Jan 30. 2019

임신기간, 어디까지 알고 있니

축복받고 아름다운 순간일 것만 같았던 임신 과연?

아름다운 D라인

'웁'하고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연약하게 쓰러지는 입덧

남편의 '집안일하지 말고 쉬어' '이거 먹고 싶다고 했지?'

여기저기서 축하받고 지하철 양보는 물론 사회에서 환영받는 임산부


정말 그럴까?


 사실 나의 임신기간은 출산과정의 진통에 비하면 굉장히 수월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대한민국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에게 임신은 환영받을만한 일이던가. 나는 그나마 덜 보수적인 직종에 근무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초 집단) 그러나 내가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떠오르는 건 '회사에 뭐라고 말하지?'였다. 뭐라고 말하긴 '임신했습니다. 언제 출산입니다. 언제까지 근무하겠습니다.' 담백한 이 세문장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가 첫 번째 퀘스트로 떠올랐다. 내가 근무하는 곳도 회사는 회사였다. 


' 언제 복직할 수 있어? 그래도 6개월쯤부터 슬슬 일은 해야 감각을 잃지 않아. ' 


 나를 위한 이야기같이 들리면서도 회사의 인력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백이 달갑진 않을 수 있으나 그래도 임신인데 축하보다 앞선 복직 계획 이야기에 내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휴직 시점이 정해지자 나의 자리는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아직 나갈 날이 멀었는데 이미 떠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공석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 이해했다. 그 이후 상사의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다. 내가 느끼는 느낌이 그런 걸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고


 임신 그리고 출산 이후 육아하는 엄마들이 다시 업무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사회는 육아하는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 이건 육아 이야기니까 추후에 하는 거로 하고 이 이후 임신은 나에게 다른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경험을 선사한다.


 임신 초반 '움직이지 마세요. 조심하세요.'라고 하지만 안 움직이고 어떻게 살 수 있나. 그리고 회사에서는 눈치 주지. 최대한 늦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눈치라도 덜 받는데 조심하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임신 초기에는 티도 안 나서 자리양보도 못 받고 가기 일수고 몸은 더 고되고 피곤하고 졸음은 어찌나 몰려오는지 나는 임신 전에 춘곤증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불안하다. 사회에서 내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항상 나와 함께 있고 혹여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아기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지 지금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항상 잔잔한 불안감이 함께 한다.


 나는 약한 토덧을 겪었다. 정말 약해서 토했다고 말도 못 할 정도지만 닭요리를 하겠다고 생닭을 만지다가 토하고 요리한 건 하나도 못 먹었다. 탄산수 60캔은 사 먹은 것 같다. 심한 사람은 연이은 구토에 링거로 양분을 보충하며 임신기간을 보내기도 한다. 매스꺼움의 연속 또는 두통의 연속이 되기도 하고 저마다 다른 임신기간을 경험한다. 속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고 기운은 없고 굉장히 정체된 기분이 든다.


 임신 초기를 회자해보면 틈만 나면 잤었던 기억이 나고 몸이 피곤해서 집안일도 엉망으로 했던 것 같다. 남편이 많이 도와주긴 했다. 그러나 그것도 초반에만 짧게 배려받지 인간은 쉽게 익숙해진다. 움직임이 수월해지자 다시 내 몫의 집안일이 돌아왔다.

 이게 사람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별 일 아닌 것에도 서럽고 눈물이 줄줄 나고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 (집안일 나름 꾸역꾸역 한 거였다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는 냉정한데 눈물이 계속 나서 내가 왜 이러지 싶었던 적도 있었다. 호르몬을 탓하기엔 10개월의 기간이 너무나 길다. 점점 성격파탄자가 되어갔다.


 또 임신 사이사이에 진행되는 검사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서 혹시나 잘못되었을까 재검이라도 뜨면 내 탓일까 걱정과 자책 포인트가 넘쳐난다. 거기에 더해서 두통, 골반통, 치골통, 허리 통증, 무릎, 다리 저림 등 몸의 변화와 통증이 나를 찾아오고 배는 점점 불러온다. 통증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어찌나 자주 가는지 수면의 퀄리티도 함께 낮아진다. 똑바로 눕거나 엎드려 눕는 건 생각도 못하고 태동이 시작되면 잠잘 때 발차기를 하는 통에 뒤척이기도 한다.

 코피도 어찌나 자주 나는지 밥 먹다가 코피가 줄줄. 이만큼 연약한데 왜 때문인지 임신기간이 지나갈수록 도움의 손길은 점점 줄어든다.

 임신 중기부터 치골통 때문에 골반벨트를 사서 착용하고 다녔다. 골반 통증은 말기에 가면서 심해진다. 가슴이 커지면서 어깨나 등이 아프기도 하고 호르몬 때문에 없던 편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불안감이 나를 감싸는데 주위에서는 아기 이야기뿐이다. 출산을 겪은 친구들은 그때가 좋다는 이야기만 하고 임신 전인 지인들은 '어떻다 더라' 이야기만 한다. 엄마는 엄마 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남편은 어떻게 도와줄지 물어본다. 모두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건네는 이야기인데 나는 왜 인지 헛헛하다. 꼬물거리는 태아가 귀엽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긴 한데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불안함과 백 퍼센트 충족되지 않는 공감 수치에 외로움만 늘어났다.

 몸도 피곤하고 살도 찌고 임신은 축복이라면서 행복하지 않은 내 모습에 밀려오는 우울감 이게 출산과 동시에 해소되지 않는다.


 태교를 이유로 수업도 듣고 여행도 다녀왔는데 그 행복감의 지속시간이 너무나도 짧다. 우울함을 느낄 요인들이 넘쳐난다.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위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가족들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너만 임신하냐! 남들 다하는 것 취급받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이게 엄마가 되는 길이라는 이야기도 덧붙고... 나는 엄마로 태어난 건 아닌데 책과 공익광고에서 떠드는 이야기와 나의 삶은 많이 다르다.


 물론 즐겁고 행복하고 충만한 임신기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 임신부 스스로의 불안감을 알아주길 바란다. 가족이라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아주고 많이 힘들지 하고 위로해주길 바란다. 사실 임신기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해하였으면 하고 서두를 시작 했는데 너무 표면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었다. 출산 경험처럼 적나라하진 않지만 충분히 힘든 기간이고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느낌과 만성피로, 편치 않은 잠자리, PMS 감정이 10개월 동안 지속된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무엇을 하면 좋다던지 카더라 하는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들이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도와줄 것. 그 전에는 섣부른 조언하지 않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내 몸이 주는 변화로 충분하다고 본다. 생경한 신체의 변화와 알 수 없는 경험에 대한 막연함으로 이미 피곤한 상태다. 지금이 좋은 때래. 누가 모르냐.


 임산부를 대할 때는 감정적 배려도 함께하기. 육체적 배려도 오버스러울 정도라도 부족함이 없다.

 세상에 모든 임산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임신기간의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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