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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Jan 15. 2019

출산, 정말 황홀한 순간인가? <후기편>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현실

사실 결혼도 그렇고 임신기간도 그렇고 출산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육아까지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괜찮을 거라는 자만도 함께 말이다.


 자연주의 출산이 굉장한 경험임은 분명하다. 남편이 출산의 현장을 생생하게 함께할 수 있고 아기와 애착도 더 크게 형성되는 것 같다.(돌아간다면 캥거루 케어에 남편을 더 적극 참여시킬 거다.) 회복이 다른 산모들보다 빠른걸 스스로 느낀다.


- 산모의 회복이 빠르다. (회음 열상 통증은 조금 있지만 나머지는 컨디션이 더 좋았다.)

- 모유가 빨리 돈다. 그리고 아기의 빠는 힘이 좋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기가 정말 잘 빨아주어 뭣도 모르고 물렸던 나의 젖꼭지는 너덜너덜해졌다.)

-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다. (고생의 현장에 함께 있고 생생하게 봐서 그런지 출산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다. 둘째 이야기도 섣부르게 하지 않고 새벽 케어도 적극적으로 잘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나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자연분만을 하지 않는다 해서 못난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다. 몸과 아기 그리고 엄마의 선택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마음이 이 방법이 더 끌린다 하면 그게 맞는 거다. 몸이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게 현답이다. 나는 모든 엄마들의 선택과 아기들의 선택을 진심으로 존중한다. 이전에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공감하고 존중하고 진심 담아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아기는 너무나 평범한 외향에 신생아1이지만 모든 움직임, 눈빛, 호흡, 솜털 전부가 귀엽고 소중하고 경이롭다. 임신을 하고 태동을 느끼고 나도 엄마가 되어가네 했는데 낳으면 또 다르다. 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내 자식은 다르다더니 이제야 그 기분을 알겠다. '낳아보면 다를걸' 웃기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참히 무너지다니

그렇지만 새싹이는 세젤귀임

 

 그나마 기억이 있을 때 생생하게 써둔다. 추후에 그 순간에 남겼던 메모도 첨부해 글을 완성해두고 싶었다. 출산 이전에 후기들을 찾아보며 나의 출산을 상상해봤다. 모두 비슷한 후기들이었는데 감히 말하기를 통증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아무도 자세히 써두지 않아서 할만할 줄 알았다. 과거에 나를 만난다면 무통에 대해 그냥 자연분만에 대해 우회적으로 추천했을지도 모른다. (출산 당일에는 과거에 이런 선택을 한 나를 멍청하다 표현했다)

 내년에 내가 둘째를 생각하게 되면 다시 읽어보려고 써두는 후기,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생생하게 써두었다.






 지금 20여 일의 육아를 하고 있다. 지금 와서 출산의 순간을 돌이켜보면 할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남겨놓은 수많은 카톡들과 직후 써놓은 후기를 보면 너무 힘들었던 건 확실한데 지금은 할 만한 선택이라 생각하다니 기억력이란 정말 오묘하다.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기에 우리 가족의 추억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고 몸 회복도 빠른 것 같고 아기도 건강한 것만 같다. 이게 위약효과인지도 모르나 정말 그런 기분이 든다. 많은 논문과 경험담들이 자연주의 출산을 추천한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 되어간다.


 임신기간의 후기는 다양하다. 그러나 출산은 모두가 힘든다고 말하고 회자한다. '죽을 뻔했어.'라는 정도로 표현하기엔 뭔가 깊고 심오하고 말 못 할 커다란 통증인데 더 이상 표현이 어려운가 보다. (출산교육 선생님이 뼈가 부서지는 통증보다 아프다고 해요. 진통 마다요 ^^라고 하심)

 지금 나는 출산 후 모유수유 때문에 가슴 통증을 한 번 더 겪는다. 아기는 30분, 1시간마다 나를 찾는다.

피곤함은 내 몸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회복이 가능한지 의문스럽다. 너무 힘들다. 고되다. 이 또한 지나갈 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육아도 순간순간은 못할 일 같다. 그런데 또 조리원 퇴소 후 일주일이 지났다고 점점 적응을 해간다. 아기는 너무 예쁘다. (외향 긍정의 단어를 좋아하지 않으나 너무 예쁘고, 귀엽고 ㅠㅠ 마음속으로 백만 번 외치고 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출산의 과정이 황홀하진 않았다. 그러나 출산의 순간, 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와 나에게 안긴 순간만큼은 황홀은 모르겠지만 경이로운 순간임은 분명하다. 출산을 하면서 기억력도 낳는다더니 나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점점 미화되어간다. 출산 당시 그리고 회복기간에도 주변 사람들과 후기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육아도 마찬가지. 이런 것도 알려주지 않고 출산과 육아를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건 저출산 장려를 위한 것이거나 유경험자들이 '나만 겪을 순 없지'라고 덫을 놓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게 할만하다고? 순 거짓말쟁이들'

 출산 후 24일이 지나가는 나 또한 거짓말쟁이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정말 힘들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몸은 적응을 하고 소중한 순간을 새싹이가 나에게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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