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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Jan 15. 2019

출산, 정말 황홀한 순간인가? <출산당일>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현실

2019년 1월, 나는 미래이 너다.

지금 자연주의 출산 준비하는거 알고 있다.

다시 생각해봐라.

의학적 진보를 의심하지말고 누려라.

너는 최악이라는 허리진통을 9시간 내내하게 된다.

정말 사서 고생하지마라 (제발)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예정일이 다가오는데 이슬이고 가진통이고 기미가 하나도 없었다. 쉬이 보는 사례지만 나의 일이 되니 너무 걱정스럽다. 혹시나 아기가 너무 크지 않을까?(막달이라고 임신성 당뇨 졸업하고 자유롭게 먹었다.) 자연주의출산 실패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몰려왔다.

 그 때 나는 내 마음 속에 자연주의출산에 대한 의무감이 있음을 발견했다. '임산부요가로 수업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주의출산정도는 해야지. 그 방법이 좋다고 가르치면서 안할 수 없지.'

 수업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또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공분만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존중한다고 해놓고서는 이런 비교심을 가지고 있다니 ... 속상했다. 수술에 대한 선택도 피치못할 사정도 어찌보면 아기가 내부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고 엄마도 엄마의 소신으로 하는 선택인데 나는 그걸 표면적 이유로 재단하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자연주의 출산이 우월한거인냥 굴었다니 아침형 인간이 으스되는 꼴이다.

 

 불안한 엄마들의 마음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너무 쉽게 걱정말라는 이야기를 했고 내가 아는 대처방법을 알려주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지만 불안감에 대한 공감보다는 기다리면 다 나와요  라고 배워서 했던 말들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벼락치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은 걸어 약속장소로 갔고 이유를 만들면서 돌아다녔다. 집에서도 #말라아사나 자세로 있었다. 무릎 때문에 많이 하지 않았던 밭매기 자세도 자주 했고 틈만 나면 짐볼을 탔다.


 예정일이 지났다.

 

 


< 다음은 출산 당일의 경험을 시간순으로 서술한 것이다.>


 회음부마사지 를 하면서 낯선 분비물이 나왔다. 오일탓인가 내가 마사지를 잘못했나 손이 더러웠나?

(알콜스왑으로 소독하고 오일로 마사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검진이 있었다.

 검진에서 자궁경부가 2센치 열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희망적이었다.                                              

                                                                                                                        


 대런아몬드 사진전을 보러 안국동으로 갔다. 두 번 환승하면 갤러리 앞까지 갈 수 있지만 버스 하나만 타고 나머지는 걸어갔다. 좋아하는 길을 걸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새싹이가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려고 천천히 나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사진에 잔상을 보면서 기다림을 생각했다. 나도 지금 저 사진처럼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레이어드에 가서 얼그레이 스콘과 커피를 시켰다. 크리스마스니까 진저브래드도 하나샀다. 태교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절절하게 편지를 썼다. 나의 불안감과 너에 대한 기다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너도 노력하는걸 엄마는 알고 있다고. 퇴근시간에 겹칠까봐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안국동에서 명동까지 걸어갈 계획이었다. 광화문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배가 조금 아팠다.



 지금까지 느꼈던 통증이랑 조금 달랐다. (치골통, 골반통)

 '앗 이게 가진통이구나!'

 길을 걸어가다가 골반을 돌리고 조금 더 걷다 골반을 돌리고 훌라후프하듯 길을 걸었다.

 길을 걸어가면서 요상한 동작을 하고 있지만 부끄러움보다는 기뻤다.

 조만간 만나겠구나.                                              

 

                                                                                                             

                                          

 조계사 앞에서 버스를 탔다. 남편에게 진통 소식을 알렸다. 멀리가있는 나를 걱정했다. 코트를 입고 있어서 갈아입고 동네를 더 걸을 계획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짐볼을 타며 남편이랑 진진통이 오면 상황을 가정해 연습해보았다. 남편이 호흡을 엉망으로 해서 짜증을 냈다.


'당신은 3가지만 하면 되는데 그걸 기억못해?'


 사전에 준비를 잘 하지 않은 남편이 미웠다.

 

 - 진통왔을 때 어플 버튼누르기

 - 마시고 3,4 내쉬고 3,4 카운트 해주기

 - 진통 사라지고 어플 버튼누르기

 

 이걸 계속 못했다. 어플 버튼 누르는걸 까먹고 카운트는 하나, 둘, 셋에 엉거주춤 나를 잡고 되려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사람을 믿고 낳아도 될까 불안했다. 이래서 전문적인 둘라가 필요한건데 ...

 

차에 출산 준비물들을 가져다 놓았다.

 


 

 진진통은 아닌 것 같아서 일찍 자기로 했다. 잠이 안왔다. 통증 때문인지 설레임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거실로 나왔다. 남편에게 어플로 다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일정주기, 일정시간의 진통 패턴이 보였다. 11시 무렵이었다.

 

 가기 전에 마지막 식사는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병원 앞에 있는 KFC나 감자탕을 먹을까. 가는 길에 청포도도 사자, 딸기도 가져가자 신이 났다. 12시에 병원으로 출발했다. 차에서도 진통이 왔다갔다 했다. 영상을 찍으며 지금 곧 만나러갑니다. 깐족거렸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영상이 된다.

 

 뇨의가 몰려왔다. 남편이 접수를 하고 분만실로 올라갔다. 걷다 호흡하다를 반복했다. 이 때까지는 할 만했다.

 

 진통이 왔다 사라지기도해서 입원이 망설여졌다. 내진했을 때 상황은 오전 진료와 마찬가지로 2센치였다. '오늘 낳을 것 같은데' 라는 말을 듣고 그냥 입원하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남편은 차로 내려갔다. 이 때까지는 정신이 있었다.

 

 사인할 종이들이 많았다. 입원안내 같은 것들과 출산방법 동의서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여러 차례 사인을 하고 진통을 견뎠다. 사인할 종이들이 마무리 되어갈 때  강도가 심해졌다. 구토가 나를 찾아왔다.

 마지막 식사는 커녕 물만 마신 상태라 빈속에 물만 뱉어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진통과 구토가 이어졌다. 갈색 토였는데 이게 진통동안 수십번 이어진다. 목구멍을 다 긁어서 피가 났다. 화장실을 몇번이나 갔지만 변의가 아니었다. 나의 허리는 진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호흡이 아니라 괴성으로 진통을 보냈다.

 새벽 4시쯤 내진을 했는데 여전히 3센치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아픈데 진행이 안된다니 절망스러웠다. 정말 고통스러웠다. 나의 진통 주기는 3분 쉬고 40초 진통이었는데 2,3분 동안 잠이 들었다. 이 진통이 1시에서 2시쯤 부터 지속되고 있었다. 진통이 오면 남편손을 부여잡고 호흡을 했다. 남편이 점점 더 능숙해져갔다.

 그래도 쪽잠을 자는 순간에 잠꼬대도 했고 헛소리도 했다. 어이없는 말에 웃기도 했다. 그러다 호흡을 하는데 양수가 세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6시 20분이었다.


 6시 50분에 내진을 했는데 경부는 여전히 3센치 너무 속상했다. 내가 생각했던 출산은 이게 아니다. 하하호호 이야기하다가 진통이 오면 호흡하고 보내고 마지막 몇 시간만 힘들 줄 알았다. 5센치쯤 열렸을 때 느껴야할 고통을 지금 3센치에 맛보고 게다가 이 통증이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오빠한테 말했다. 나는 할만큼 했다고 더 못견디겠다고. 이게 7시쯤 되었을 때일까? 남편도 기록을 멈췄다. 자연주의출산을 준비했던 스스로가 미웠다. 뭘 알고나한 선택인지 너무 힘들었다. 임신기간이 수월해서 출산은 더 쉬울거라 생각했다. 정말 바보였다.

 

 갑자기 수간호사 선생님이 나타났다. 왠지 출근하신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잘견뎠는데 왜 포기하냐고 다독여주셨다. 본인이 도와줄테니 마지막까지 잘해보자고 하셨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그리고 목소리에 담긴 확신에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내진을 하더니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고 종료시간까지 알려주셨다. 내진 겸 마사지를 하고 호흡을 몇번 더 했던 것 같다. 쿨럭쿨럭 쏟아나오던 양수가 왈칵 나온 기분이 들었나? 양막이 어쩌고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진통 중간중간에 양수가 쿨럭쿨럭 크게 쏟아져 나왔던거로 기억하는데 남편의 기억으로는 아니라고 했다.) 아무튼 수간호사 선생님 내진이 정말 시원했다. 그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말 믿음직했다. 곧 이 여정이 끝날 것 같았다.


" 선생님 12시 전에 나올 것 같아요. "


 남편은 #수중분만실 로 들어가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었었나? 뭔가 챙겨입고서 이동했다. 옷이랑 패드 입으라 했는데 부축하고 계신 간호사 선생님들께 대충 걸쳤으니 어서 가자고 내가 재촉했다. 그냥 빨리 수중분만실로 가야할 것 같았다. 수중분만실로 향했다.

 

 분만실 내에 있는 침대로 올라갔다. 마사지를 하면서 경부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허벅지 안쪽에 힘을 빼고 다리를 최대한 벌린 상황에서 엉덩이로 힘을 밀어냈다.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으윽 하는 소리가 나왔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계속 소리를 지르게 된다.) 물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진통이 정말 경감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효과를 누리진 못했지만 이제 이 여정이 끝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줄넘기를 하듯 진통이 왔을 때, 내가 밀어내는 일을 해야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진통의 피크를 느끼면서 했어야했는데 의욕이 앞섰다. 진통의 초입부에 힘을 줬더니 간호사선생님이 다시 리드해준다.


"아니야 아니야 골반에 딱 힘이 들어왔을 때 밀어내야해요. 잘할 수 있지?"

"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답은 너무 잘했다.

 


 

진통이 온 순간 :

 (나)                       으윽 (자연스레 올라가는 어깨)

 (수간호사 선생님) 어깨힘빼고

 (나)                       (의식적으로 어깨힘 뺐음)

 (수간호사 선생님) 밀어내세요

 (나)                       으으으으으읔(윽 소리가 절로난다. 호흡법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두 번 딱 밀어내고 (왠지 한번은 내가 잘못 밀었던거 같다.) 세번의 밀어냄으로 아기를 만났다.

 아기가 나올 때 퐁 하는 느낌 아기가 천천히 밀고 나오는 순간 모든게 생생히 기억난다.

 이제 끝났구나. 수고했어 새싹아. 너무 감사합니다.

 


 #최규연교수님 외 출산을 도와주셨던 수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나머지 간호사 선생님들, 마지막 처치를 위해 힘써준 의사선생님들까지 모두 너무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를 연신 연발하고 아기의 손발 체크 후 안겨주셨다. 입에서 물을 빼내고 '앙-'하고 울었던 새싹이의 첫 울음. 두어번 더 울고는 조용히 주변을 관찰한다. 다큐멘터리 제목처럼 정말 울지 않는 아기였다. 우주에서 미지의 생명체를 만난 기분이었다. 세상에 나온걸 환영해. 눈을 마주치며 첫인사를 했다. 내 품에 꼭 안겨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너. 아직 시각이 발달하기 전이라지만 외딴 행성에 불시착한 존재마냥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태반을 빼내고 후처치를 하는 동안에도 아기는 내품에 있었다. 회색의 살빛이 낯설었으나 '너였구나' 알 수 있었다. 너가 안에 있었지 그리고 고생했지. 꼬물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새싹이는 내 품 위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쿵쿵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낯선 세계에서 그나마 안정을 찾았기를 바란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뭔갈 마친 느낌 그리고 이 모든 사람에게 느끼는 감사함. 처치를 마치고 아기는 검사를 위해 이동했다. 병실에 남겨진 나와 남편은 헛헛하게 웃었다. 드디어 마쳤어

 

 주변 지인들에게 폭풍 카톡을 했다. 주로 내용은 자연주의출산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 남편은 나의 진통과정을 보고 둘째는 없다고 했다. 무통천국이 뭔지 알겠다 등 우스개소리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홉시간의 기나긴 진통을 마치고 자연주의출산 유 경험자가 되었다. 그날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감상을 전했기에 망정이지 지금 후기를 쓰는 5일 뒤에는 이미 자연주의출산을 했기에 좋은 점만 기억이 되고 있다. 일단 정말 아팠다. 다른걸 떠나서 기나긴 진통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최악이라는 허리진통을 새벽부터 출산전까지 3분간격으로 40초씩 겪다보니 문명인이 겪을 고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을 찬양하는 카톡도 있다. )그치만 확실한건 출산 후 나의 정신이 너무나도 또렷했고 흥분상태에 컨디션 최상이었다는거다. 그날부터 3일동안은 정말 모든 몸이 멀쩡했다. 그래서 초반에 산후의 몸이 아닌냥 다녔다.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다.

그 때부터 조리는 시작했어야했는데

 


+) 메모에 남겨져 있는 나의 불안과 임신 전초 증상


11일 11:20pm 자궁경부? 회음부 찌르는 통증

12일 4:00am 가진통 느낌

13일 첫내진 꽁꽁 닫힌 자궁경부

         10:00pm 토함 폭풍 태동

18일 자연관장 같은 증상만 이어지다가 배가 자주 뭉침


20일 하루경과 어젯밤 회음부 마사지시 분비물 발견 기존 묽은 분비물이 아니라 조금 당황함

원인이 오일사용+마사지인지 도 모르겠음 오늘 아침에는 약간 갈색이 섞인 분비물이 휴지에 묻어남

치골통 여전히 있음 골반통 허리통 간간히 느껴짐

아기 3.3키로 예상

내진 자궁경부 손가락 두개 열림 가벼운 마사지

허리통증으로 가진통 옴 움직이면 사라짐

길걷다 배땡김 허리통증 > 골반돌리기 시 사라짐

7:00 불규칙한 가진통 연속적

10:30 자려고 누움

11:00 누우면 통증이 심해져서 밖으로 나옴 시간 여전히 불규칙하나 30초 진통텀은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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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남편 기록


11:38 아픔 5분 이내 호흡으로도 통증이 가시지

않음 그래도 아직 농담하는 정도

11:46 아빠한테 짜증냄

12:20 병원도착

1:13 입원 결정

3분에 40초 꼴로 진통

점점 강도가 세짐

중간에 매스꺼워 구토

4:50 내진 3센티열림

약 6시20분쯤 진통 시 양수 새는느낌

리트머스 확인 시 양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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