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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Jan 15. 2019

출산, 정말 황홀한 순간인가? <준비편>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현실

 자연주의 출산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첫째, 체력이 중요하다.

 둘째, 아기와의 연결. 아기와 함께 하는 분만 과정이므로 아기를 느끼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아빠의 출산과정 개입. 탯줄만 자르고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둘라의 역할을 함께 하기도 한다.



 둘라란?  (둘라코리아 자연주의출산 발췌)           

 둘라는 출산 전, 출산 도중, 출산 후 까지도 출산하는 여성과 아기가 가능한 가장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출산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산모와 가족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정신적, 정보적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훈련된 전문가들이다.

 + 출산과정에서 정신적 지지가 되어주고 이완과 호흡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출산 전문가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의학적 개입이 최소화되므로 유도제도 맞지 않는다. 무통주사도 당연히 없다. 혹시나 모를 장기진통도 길게는 몇 박 며칠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원활한 출산과정 진행을 위해서 그리고 진통과정을 온전히 견디기 위해서 필요한 게 체력이다. 또한 체력관리(a.k.a 운동)가 중요한 이유는 아기가 너무 커지면 자연주의 출산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산원에서는 3킬로 이내로 아기 체중을 조절하길 요구한다. 골반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아기도 골반에 맞게 자란다고 하지만 가끔 변수가 생기기도 하니까 애초에 준비를 꾸준한 운동으로 해둔다. 많이 걷고, 요가나 수영을 권장하고 식단 조절도 하드 하게 시킨다. 임당 식단과 흡사하게 밀가루 안됨. 빵 안됨. 인스턴트 끊으세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임신기간에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일 뿐. 아기가 먹고 싶어 내가 먹는 게 아니란 걸 산모들은 알 것이다.(알 수 없는 기전으로 아기가 원해서 내가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태교를 빌미로 먼 거 리에도 불구하고 가서 듣고 싶었던 교양, 인문, 예술 수업들을 모두 찾아들었다. 임신 전보다 운동은 조금 게을리했어도 멀리까지 걷고 지하철 환승도 여러 번하고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있으면 계단을 선택하고 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먹는 건 임신성 당뇨 때문에 피동적으로 관리했었다. 또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에는 밤이라도 밖에 나가서 혼자 아파트를 몇 바퀴 돌고 계단을 올랐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운동과 체력을 준비했음.

 앞으로 외출은 어려울 거라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임신 전에는 왜 가는지 이해를 못했던 태교여행도 다녀왔다. 바다수영도 했고 준비라고 하기엔 조금 루즈하나 정말 자유로운 임신기간을 보냈다. 혹시나 너무 일찍 아기를 만날까 봐 회음부 마사지도 늦게 시작했다.(정말 오버였음) 어떻게든 되겠거니 했었고 나의 체력과 한낱 종이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은 지력을 과신했었다.


 아기에게 지속적으로 태담을 해주고 시청각적 자극을 위해 플래시도 비춰주고 싱잉 볼도 울려주고 태교일기도 써서 읽어주었다. 매일매일 꾸준히 한건 아니지만 너도 거기 있다면 듣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태담을 했던 것 같다. '너에게 내가 말을 걸고 있어.'라는 느낌보다는 '들리기는 하니?' 하는 정도 수준으로

 그래도 태동이 느껴지면 신기하고 일어났네, 이게 발일까? 궁금해하고 신기해했다. 만날 날이 기다려졌다. 아기와의 연결성 부분이 정말 어렵다. 그래도 출산과정에서 아기가 더 힘들다는 걸 알고 있고 인지하고 있었기에 마지막 시점에 힘을 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그것도 '우리 아기를 위해서 엄마가 힘낼게!'가 아니라 '우리 어서 이거 끝내버리자 ㅠㅠ 너도 고생 많다' 정도였음

 

 남편을 끌고 주말에 하는 태교 수업도 참여하고 태교 서적도 반강제로 읽게 했다. “15주 차부터는 아기도 듣는데”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태어나 아빠와 아이 컨텍하는 아기를 꿈꿨던 것 같다. 임산부 마사지도 해주길 바랬지만 싸움이 날 것 같았다. 하루 짧은 동화 한 개로 타협점을 찾았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출산 전 교육이 최소 한 번 이루어지는데 다녔던 #순천향대학교 병원 서울에서는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이 진행했다. 출산 당일 진통이 왔을 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호흡법과 가벼운 움직임 정도 안내해주셨고 왔을 때 챙겨야 할 것들, 밤에 급하게 입원하게 될 경우 등을 안내받았다.



- 진통의 간격이 5분 이내로 일정해졌을 때 방문하도록 한다.

- 출산 가방 외 물건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습득하고 본인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정리해둔다.
  (진통 중이라 제정신이 아닌 엄마한테 어디 있냐고 물으면 분노가 치민다.)

- 아빠가 호흡법과 마사지 방법을 익혀 엄마가 진통 중 힘들어할 때 도움을 준다.



 사실 남편이 출산 준비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화가 났다. 자상하고 가정적이긴 하나 나처럼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내 성에는 차지 않았다. 외부 수업에서 만나는 아빠들의 자상함이나 아기를 만나기 위한 준비 또는 태담에 참여하는 것, 열심히 태교일기를 쓰는 것, 적극적으로 엄마와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것 등을 보았을 때 서운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내가 유난스럽고 또 걱정쟁이였다. 유난 떠는 걸 싫어해서 점잖은 척 태연한 척하는 편인데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기가 빨리 나올까 걱정했던 건 정말 기우였다. 원래 운동을 많이 했었고 몸도 유연하고 초기에 지하철을 많이 타고 서있기도 많이 해서 배가 많이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아래쪽에서 아기가 노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었나 보다. 산전 요가 선생님은 배가 많이 안 내려왔다고 많이 걸으라고 했고 의사 선생님은 초산모인데 뭘 쳐지길 바라느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출산은 이렇듯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임산부는 혼란스럽다.


                                        (출산 당일 배가 얼마나 처져야 나오나요 ...?)



 그렇지만 체력은 정말 중요하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하루하루 체력 쌓기에 집중할 거다.

 그리고 아빠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나의 마음과 그의 마음은 같지 않기에... 그렇지만 출산은 정말 험난한 과정이고 엄마는 제정신이 아닐 수 있기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그때 엄마가 정신을 놓았을 때 아빠의 두뇌와 판단력이 열일해야한다. 그리고 육아에서도 아빠 체력도 중요함을 느낀다. 지금이라도 함께 걷고 움직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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