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물결에 흔들리는 프랑스의 밥상머리 교육

파리의 우버운전사

"마린 르펜이 이기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니!

극우당이 승리했다면, 아마 우린 16구엔 가지도 못했을 거야!"

과장이 있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그런 일은 없을 거란 걸 알면서도, 엄마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은 듯 보였다.

파리 동쪽 교외에서 파리 서쪽, 가장 부촌인 16구(개선문의 오른편으로 에펠탑과 맞닿아 있다)로 가던 손님이었다. 딸아이의 병원에 가는 길에 아이에게 한 말이었다. 그 아이는 고작 6살이었다.


프랑스에 정착한 이민자 출신의 프랑스인이 아이에게 '극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프랑스인들의 '밥상머리 교육'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극우는 안된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런 광경이 처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심한 비판이 "너 마린 르펜 같아!"라는 것을 들었을 때, 프랑스인들의 뼛속깊이 배어있는 극우에 대한 경계심에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단단해 보였던 '반 극우 정서'는 이제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다.

그리고 더 슬프게도 그 무너짐은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 연합의 극우 물결은 확산일로이고,

미국에선 대통령이 극우적 언사와 월권적 행태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극우가 이겼다면 파리의 부촌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우려가,

과장도 농담도 아닌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세력은 현재 2세대에서 3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1세대는 장 마리 르펜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주도했다.

알제리 전쟁 참전 군인출신으로 프랑스 극우정당 역사의 산증인이었고,

나치의 학살을 부정하고 이민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극악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치사상 최초로 대선 결선에 진출한 최초의 극우정당 후보였다.


2002년 대선 결선 진출은 프랑스 극우세력에겐 '환희'를 선사했고,

대부분의 프랑스 인들에겐 '치욕'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극우만은 안되다는 '상식'이 프랑스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팻말을 목에 걸고 시위에 나섰다.

'지성'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 인들이었지만, 이민자 문제와 실업문제 앞에선, 극우로 돌아서는 사람들을 설득해 낼 제간이 없었다. 좌파정당은 나태했고, 우파정당은 변한 적이 없었다.


1세대였던 쟝 마리 르펜의 후계자는 딸인 마린 르펜이었다.

그녀는 극우의 확장을 위해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야 했다.

딸은 아버지를 출당시켰고 아버지의 막말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가면'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선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이 '정상적인'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는 갈 수 없었던 엘리제궁에 초대되었고,

아버지가 할 수 없었던 대통령과의 독대가 이루어졌다.


이제 3세대가 등장한 극우정당은 단순한 가면이 아닌 아름다운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선남선녀, 미남, 미녀들이다.

정치인의 외모를 보고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지는 않겠으나,

사회적으로, '화려하게 성공'한 듯한 보이는 젊은 극우정치인들의 모습은,

유권자들의 '극우'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주기에 충분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안'이 없는 우파에 실망한 유권자들과,

좌파나 우파나 다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유혹하기에 적합했다.

'정치적 판단'없이 '인스타그램'을 즐기듯, 유권자들은 '극우정치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버렸다.


'아름다운 외양'을 갖춘 프랑스 극우 3세대는,

지구 온난화가 북극의 빙하를 녹이듯,

극우만은 안된다는 프랑스의 밥상머리 교육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는 결국 '집권'에 성공할까?

'상식'있는 프랑스 인들의 생각은 '극우'의 문제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나라'를 이끌 수 있느냐 없느냐, '정부'를 구성할 '인재풀'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라는 것이다.

프랑스국민들이 극우를 선택한다면 프랑스 사회는 망할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무너진 사회가, 상식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코로나를 지나던 극우정부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브라질, 이탈리아, 헝가리, 모두 하나같이 엉망이었다.

프랑스의 밥상머리 교육이 명줄을 이어갈 수 있을까..

프랑스가 상식을 지켜낼 수 있을까..

현재의 프랑스 정치상황을 보면 그 미래가 암울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프랑스 정부는 극우만큼 무능하고,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아이 같은' 프랑스 정권이 아닌,

'어른스러운' 프랑스 국민들에게 희망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처럼 민주주의를 회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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