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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져니 Nov 07. 2024

작가 될 결심 2

feat. 실패를 마주하는 나의 자세

(지난 줄거리) 친구들을 보고 영감과 자극을 받아, 노년으로 미뤄뒀던 작가의 꿈을 앞당기기로 하고 무작정 브런치 작가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작가가 되어버렸다.

써둔 글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내가 의외로 한 방에 통과된 것이 얼떨떨하지만 기쁘다.

 

그런데 내 글을 저장하고 포스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여기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생각보다 더 막막한 기분이 되었다. 마치 어린 날, 미술수업 시간에 새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그려가야 할지 몰라 부담감에 배까지 사르르 아파오곤 했던 때처럼.


나는 미술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긴장되고 배가 아팠을 만큼, 미술수업을 특히나 싫어했다.

‘깨끗하고 잡티 한 점 없는 도화지에 나의 첫 터치가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되면 어떡하지?’


그러고 보니 새 다이어리나 노트를 사서 첫 장을 쓸 때도 항상 비슷한 기분이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중고제품을 사고 싶단 생각까지 해봤을까. 그래봤자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냥 도화지, 다이어리, 노트였을 뿐인데.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닌데. (딱 찢어지지는 않을 정도로만 가난했을 지도)


내가 진정으로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실패’의 감각이었던 것 같다. 34살이 되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이 점을 깨닫고는 스스로 화들짝 놀라버렸다. 입으로는 더 재밌고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줄곧 떠들어왔던 내가, 사실은 돌이킬 수 없지 않을 아주 작은 실패조차도 버거워하는 겁쟁이였다니.


지금의 나는 어떤가?

실패하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지고 담담해졌을까?


아니면 인생 짬바(?)와 요령만 늘어서 대부분의 일상 속에서 실패를 회피할 수 있게 된 건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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