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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수 Aug 10. 2017

사전

#오늘의단어: 사전

사전, dictionary, 辭典

일정한 언어 단위를 표제어로 선정하여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그 표제어들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체계화시킨 책.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어릴 때는 컴퓨터라는 것을 쓰기 어려웠다.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돌리기 어려운, 인터넷도 연결할 수 없는 맹탕 컴퓨터였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고는 쓸 수 없었다. 그럴 땐, 늘 옆에 사전을 끼고 살아야했다. 초등학교 사회 숙제를 할 때는 무조건 도서관에 가서 사전에서 지식을 찾고, 직접 필사해서 지식을 옮겨와야했다. 그 당시에는 무거운 사전을 집에 갖고 싶었다. 늘 필사하는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지, 어머니께서 컴퓨터에 대해 먼저 공부하시고, 백과사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책에서 내용을 요약하던 나에게는 혁신적이었다. 수많은 책이 CD롬 하나에 들어가다니... 원시인이 불을 만난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copy & paste 방법도 모르고 해서 컴퓨터 화면에 뜬 지식을 손으로 다시 정리하긴 했지만... 도서관까지 이동도 안하고 집에서 백과사전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발달하면서 지식의 보편화가 이루어졌다. 도서관에서 많은 수의 책을 뒤지고 요약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검색해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시대로 인해, 내 유년 시절 지식의 원천이었던 사전은 이제 유물로 되었다.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 회사인 [브리태니커백과사전]도 책자로된 백과사전은 더이상 발행하지 않게 되었다.


  인쇄물에서 정보를 얻던 시절은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개발하고 500년 정도 지속되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릴 때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진리의 백과사전이, 이제는 절판되어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과거의 변화 속도에 비해 현재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변화가 체감이 된다. 예전에는 변화에 올라타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 이런 지적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백과사전을 베껴쓰던 전근대적 유년시절을 겪었던 나는 과거의 가치관과 현재의 가치관을 비교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백과사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헌책방에서 브리태니커 마지막 판을 구매하여 소장하고 싶다.


#내일자단어: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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