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Aug 10. 2024

가끔씩 산들바람 한 줄기 불어주면...

JTBC <My name is 가브리엘>(2024)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요즘 어디서나 올림픽 경기가 방송 중이고 새로운 메달 추가 뉴스도 연이어 이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에 어떤 TV 시청자들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어쩌면 혹자는 심지어 파리 올림픽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파리 올림픽으로 결방 중인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기 때문이다.


JTBC 신규 예능 <My name is 가브리엘>(2024. 연출 김태호/이태경)이 예상외로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버렸다는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으로 명성(名聲)이 자자(藉藉)했던 김태호 PD가 퇴사 후 새로이 도전하는 야심 찬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어찌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1%대)로 세간(世間)에 화제가 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들린다. 그 '김태호'라는 인기 PD의 명성 효과는 제쳐두고 보더라도 1회 때부터 최상의 인기 국민배우 '박보검'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을 확 사로잡지는 못했다.


<My name is 가브리엘>은 비록 예능이지만 첫 회 시작부터 새로운 '실험정신'이 가득한 그 설정이 (디테일을 아주 세세하게 챙겨) 현실적이고 사뭇 진지하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타인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보는 체험[예능]에서 필자는 그 "(예능)극 중"의 '가브리엘' 역인 '박보검'의 역할에 - 심지어 그는 인정받는 명배우임에도 -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예능에서 '다큐' 같은 설정을 해두고 "다큐로 받아들이지는 마라"라고 하는 것 같아 필자 개인적으로는 계속 보고 있자니 이도저도 아닌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전개에 괜히 머리가 복잡해지고 몰입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반면 SBS 주말(금토) 드라마 <굿파트너>(2024. 연출 김가람)는 높은 시청률(2-digit)을 보이며 인기몰이 중이다. 단지 TV 시청자일 뿐인 대중들이 - 예능과 드라마라는 장르를 떠나서, 또한 어차피 둘 다 허구일 뿐인데 - 은연중에 위에 언급한 '박보검'의 역보다는 오히려 이 드라마 <굿파트너>의 주인공인 '장나라'(극 중 차은경 역)에 훨씬 더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이유는 뭘까?




<My name is 가브리엘> 첫 회를 보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내가 과거에 살아보지 못한 "나 자신의" 삶을 살아본다면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거 후회' vs '미래 걱정'을 두고 어느 쪽이 더 크냐고 묻는다면 독자(작가)분들은 평소 어떻게 답하시는가?


필자도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아쉬움과 후회가 많은 지난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했었을지도, 다른 길을 갔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이 길과는 다른 (지금은 상상 속에만 있는) 그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갔었다면 내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날 너무 아쉽고 또 고통스럽게 놓친 것들도 있었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너무 소중하게 또 어렵게 얻은 것들도 많이 있다. 지금 필자는 후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과거 지나간 인생의 일부 장면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과거를 후회할 시간에 미래를 더 걱정하겠다는 말로 단순하게 치환(置換)될 수 있는 의지(意志)는 아니지만 내 현재의 심경과 바람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는 지금껏 '최선의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말에 공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싶어진다"라는 표현은 감정상태에 따라 이런 생각들도 이리저리 요동치듯 바뀔 때도 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글쓰기 전후에는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쓸 때는 더더욱. 너무 감정적으로 글을 쓰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몇 시간 쓴 글을 한꺼번에 삭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좀 부린다면 과거도 후회하지 말고 미래도 걱정하지 말고 (앞서 발행한 글에서 인용한 알베르 카뮈의 산문집 [결혼. 여름]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냥 오늘 지금 주어진 눈앞의 "풍요"를 음미하며 살고 싶다. 물론 오늘 지금의 "풍요"도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가능함을 인정한다.(그런 연유로, 드라마 <굿파트너>는 시청자들에게 어쩌면 '미래'에 저마다 누구에게라도 "이런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어떤 불안감 조성으로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땡볕에 밖으로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그 뜨거운 햇볕에 빨래 널기는 참 좋은 날씨다.) 그럼에도 산책길 나서면 내 복잡한 상념들도 세탁기에서 막 나온 눅눅하게 젖어있는 빨랫감이 뽀송뽀송 바짝 마르듯 잘 말랐으면 좋겠다. 언제 끝날지 모를, 또 앞을 알 수 없는 새로운 낯선 길을 가게 되더라도 내가 걷는 그 길 따라 가끔씩 산들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해물 스파게티 2 (*냉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