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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Oct 31. 2023

부치지 못한 편지(The Unsent Letter)

(시월의 마지막 날에서야 발행합니다.)


여기는 가을이 벌써 끝나가는지 아침저녁 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는 서머타임(summer time)도 끝나고 나니 일출시각이 늦어지고 일몰은 더 빨라져서 늦은 오후면 금방 어둑어둑해집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왔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음을 아는지 지난 주말부터 어제오늘 계속해서 가을비가 처량(凄凉)하게 내립니다.


10월 한 달 어떻게 지내셨나요? 세상 어느 한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전쟁(우-러)을 해도 9월 하순경부터 10월 초까지 여기는 여느 해처럼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맥주 축제를 크게 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188번째 독일 맥주 축제를 즐기려 그 짧은 기간 동안 지난해(570만 명) 보다 더 많은 약 7백만 명 이상의 인파가 그 축제장 한 곳에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 맥주 축제가 끝난 주말, 10월 초에는 또 다른 새로운 이-팔 전쟁이 발발하여 지금까지도 점점 더 잔인하고 처참한 전쟁의 실상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저 불공평할 뿐일까요? 정말 우연히 전쟁 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또 전쟁 없이 살아가는 것만 해도 그냥 엄청난 "행운"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나요? 비폭력 평화주의, 인도주의(人道主義)라는 말은 그저 책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인가요?

 

한국 어느 한 곳에서는 아직도 그 끔찍한 참사에 애통(哀痛)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풍선 효과' 운운하면서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기어이 거리로 나왔다고 들었어요. 코스프레(cospre)까지 다 하고서. 추석에 "사고"(?) 나면 추석을 없앨 거냐고 하더군요, 희생자 추모 앞에 같이 애도(哀悼)는 못할지언정. 이런 우리 사회 공동체가 너무 안타깝고 또 무섭기까지 합니다.


여기 현지인들은 한국 같은 선진국 도심 한복판에서 어떻게 그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냐고 묻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사람 많은 데는 절대 가지 마라고만 하면 다 되나요? 그 참사 당일의 아픔과 슬픔이 어제처럼 너무나도 선명한데 어떻게 다르게 왈가왈부(曰可曰否)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모두의 아픔, 우리 모두의 슬픔 앞에서.


언제나 찾아오는 계절이고 언제나 찾아오는 시월의 마지막 날들이지만 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우리의 시월의 마지막은 아주 오래오래 마음속에 함께 남아 매해마다 새롭게 다시 기억될 것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221029159.









인도주의(人道主義) :

사람의 평등한 인격과 그 존엄성을 제일 중요하게 여겨서, 인간애를 바탕으로 인종, 민족, 국적, 종교 등의 차이를 초월한 인류 전체의 복지를 이상으로 하는 주의(출처 : 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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