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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17. 2024

편지 7

THL 창작 시(詩) #225 by The Happy Letter


편지 7



지난 밤새 사람들이

산책길가 울창하던 그 나무들 무자비하게 다 잘라버렸네요

겨울 땔감을 마련하려는 건지 길을 넓히려는 건지

날카롭게 잘려나간 단면(斷面)들

그 몸서리치게 끔찍한 광경을 보니

만나기도 전에 먼저 떠나버린 당신* 생각이 났어요

당신이 떠나신 이후로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당신을 ‘도발’(挑發)이라 했지만

쳇바퀴 보복 속 송두리째 잘려나간 생명 앞에서 조차

끝까지 침묵하는 그 또 다른 폭력에 대해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없네요

긴 겨울밤 하얗게 지새우며

당신이 남긴 목소리 이제라도 한 장씩 다시 들춰보려고 해요

밤에 누우면 악몽(惡夢)으로 나타날까 두려워

뉴스를 제대로 못 쳐다보던 나는

그 고통에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죽어간 그 나무들

피조차 흘리지 못한 채 녹아버린 그 주검들

그 흐릿한 사진 한 장 보내드릴 뿐입니다

그 쓰라린 상처 바로 앞에 두고도

무거운 발길을 애써 재촉할 뿐입니다



by The Happy Letter


*Winfried Georg Sebald (18 May 1944 – 14 December 2001) : 독일의 작가이자 문예학자
















註) 표지 사진 [Luftkrieg und Literatur : Mit einem Essay zu Alfred Andersch] (Fischer 2001) (초판은 1999) by W. G. Sebald (번역본 <공중전과 문학> W. G. 제발트, 이경진 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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