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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험한 “접미사”

by The Happy Letter


요즘 MZ식 유행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도 워낙 줄여 쓰는 약어(略語)가 트렌드인지라 처음 들으면 바로 알 수 없는 단어들도 많다.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가 언뜻 보기에 그 뜻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단어가 있으면 틈틈이 찾아 들여다보게 된다. 이건 또 무슨 ‘신조어’인가 세상 신기해하며 말이다. 이런 연유로 필자도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하는 매거진 <이 시각 이 시선 by THL> 등에서 몇 차례 “미룬이”, “항마력”, “배덕감” 등을 다루기도 했다.


필자 스스로는 연식(年式)이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라고 믿지만 요즘 시대 유행에 좀 둔감해서 일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인터넷 문화를 아직 잘 모르거나 또는 다른 SNS, 온라인 게임 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분야의 최신 용어에서 파생되거나 응용된 속어(俗語) 내지 신개념들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에 접한 단어들 중 하나는 ‘엄근진’이라는 단어다. 문맥상 엄숙하고 근엄하거나 진지함을 뜻하는구나 짐작은 바로 할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다음(Daum) [어학사전]에도 엄연히 나와 있는 단어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 단어였다. “엄근진충”. 어떤 대상을, 혹은 어떤 집단을 부정하거나 비방, 비하하려고 그때마다 단어 끝에 00충, 000충 등등 이렇게 막 ‘벌레’ 충(蟲)자만 붙이면 된다는 식인지 모르겠다. 그냥 무작정 “모두 까기”인가? 아니면 나름 또 다른 ‘새타이어’(satire) 장착의 일종인가?


필자도 평소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문득 급 궁금해졌다. 과연 ‘엄근진’에도 그 “접미사” 충(蟲)자를 붙여 쓸 수 있느냐, 또 도대체 언제 그리고 어떨 때 ‘엄근진’함이 그렇게 부정적이고 비하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엄근진(嚴謹眞) : 엄격, 근엄, 진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충(蟲) : 1. (기본의미)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 동물을 두루 이르는 말.

새타이어(satire) : 『문학』 문학 작품 따위에서,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으면서 씀.

모두 까기 인형 :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비판적인 태도로 평가하는 사람을 호두까기 인형에 빗대어 이르는 말.(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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