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310 by The Happy Letter
부엌 선반 한구석에
가뭇가뭇 희미한 기억記憶처럼
양파 하나 홀로 말라간다
두어 꺼풀 상흔傷痕 벗겨내니
하얀 속살은 아직도 그대로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시들어가며 양파는
무슨 생각에 그 수분水分 그리 오래 머금고 있었을까
장문의 이별편지離別便紙 읽는 이의 속내처럼
그 못다 한 말 참고 또 참고 있었을까
나는 눈물이 날까 지레 겁먹고
이제 그냥 마저 다 버려 버릴까 생각했는데
도마 위에 양파가 먼저 울음을 터트린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