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다. 경기景氣나 물가상승 이슈로 다들 예전 같진 않다고 해도 저녁에 번화가나 식당가를 가면 단체 손님들의 떠들썩한 분위기도 종종 접하게 된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untact)이 보다 자연스러워졌다지만 그래도 인터넷 강의나 줌(Zoom)미팅 같은 회의가 아니라면 막역한 사이끼리 스스럼없이 떠들고 담소談笑를 나누는 자리는 함께 먹고 마실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필자도 연말 송년모임 같은 일정으로 오랜만에 연락을 받으면 어떤 행사는 꼭 참석하고 싶은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아쉬운 경우도 있지만 어떤 모임은 굳이 내가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문제는 참석을 꺼리는 이런 모임도 실은 한때 예전에 내가 스스로 기꺼이 가입한 모임이라는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설령 동기모임이나 취미모임 등 다른 모임은 탈퇴해도 왠지 이 모임만은 나만 빠져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친목모임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소속 집단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러닝을 하는 사람도 있고 동호회처럼 어떤 모임에 속해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등산을 하든 무슨 운동을 하든 혼자 하는 게 더 편하고 자유롭다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여러 모임들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한 폭넓은 교류와 사회성 등 긍정적 요소들도 많지만 혹자는 어떤 모임 속에서 겪는 불협화음이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그런 모임을 만들거나 가입했다는 것은 혼자 소외되지 않으려는 의지, 즉 “스따”가 되지 않고 또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 같은 안정감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분야에도 독서와 글쓰기 모임 등 새로운 모임을 만들거나 운영 중인 모임에 가입하기도 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도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MZ세대가 아니라도 전화로 직접 통화하기보단 문자톡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듯 대면 소통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다들 ‘취향’이 다르고 성향상 개인차가 있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는- “모임”의 근원적인 기저엔 대부분 쉽게 이겨내지 못할 ‘소속감’의 욕구가 자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속감의 상실이나 고립감이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는지는 전문가의 분석과 각자의 견해에 맡기겠지만 가끔 무기력하다거나 우울감을 느낀다면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그냥 혼자 있거나 혼자서만 뭘 하기보다는 어떤 “모임”이 필요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형성되는 ‘긴장감’이 주는 자극과 동기부여 같은 것 말이다.
내년 이맘때쯤에 또다시 “우리도 모임 하나 만들까?!”와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이 모임은 이제 그만 탈퇴하고 싶은데…”라는 고민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짧았던 지난가을은 그냥 정신없이 보냈는데 뒤늦게 이 한겨울에 불현듯 계절을 타나 싶기도 하다.
소속감(所屬感 a sense of belonging): 자신이 어떤 집단에 딸려 있음을 느끼는 마음.
막역하다(莫逆--) : 서로 허물없이 썩 친하다.
스따 : 다른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따돌리는 일. 또는 그런 사람.
타다 : (사람이 철이나 날씨 따위를) 영향을 쉽게 받다.
(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