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화장품 매장 입구의 큰 거울을 보다 말고 무심히 한마디 내뱉었다.
“오래전부터 세상 사람들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말았어. 이제 우리는 이렇게 길을 가다가도 가끔씩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애써 억눌러 다듬은 감정과 꾸며진 웃음을 조금씩 덧씌우게 되지, 안 그래?” 평소 집을 나서기 전에도 그는 서둘러 화장化粧을 다 마친 후에야 안도감을 갖게 된다고, 또 그렇게 거울을 보며 차려입은 옷매무새를 다시 매만지고 가다듬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어쩌면 살벌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 얼룩말zebra 줄무늬처럼 ‘보호색’保護色 같은 위장僞裝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며 그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어느새 우리에게도 이런저런 “치장술”治粧術은 야생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 같지 않냐고도 물었다.
보호색(保護色) : 다른 동물로부터 위치나 정체, 동작 따위를 숨기기 위하여 몸의 빛깔을 주위의 빛깔과 비슷하게 만드는 색.(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