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98 by The Happy Letter
비 그친 뒤
봄날씨 화사(華奢)해지니
집집마다
대청소하느라 바쁘다
내리쬐는 환한 봄햇살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구석구석 쌓인 먼지 치우느라
이것저것 안 쓰는 물건 버리느라
이런 것도 있었나
저런 것도 있었나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짙은 안개처럼 켜켜이 쌓인
그 먼지 마저 걷어내니
차마 버리지 못해 내내 숨겨온
기억 속 은폐(隱蔽)
그 실상(實狀) 함께 드러난다
저 깊은 곳 한구석에 묻어두고
안 보면 잊힐 줄 알았을까
외면하면 없어질 줄 알았을까
온갖 상념(想念)에 잠겨
봄맞이 대청소도 잊은 채
하릴없이 기억 속 파편(破片)만 바라본다
봄햇살에 꽃들은
벌써 한껏 만개(滿開)하고 있는데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