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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18. 2024

한달살이 비가(悲歌)

THL 창작 시(詩) #116 by The Happy Letter


한달살이 비가(悲歌)



한 달만 산다면

새벽밥 먹고 콩나물 시루 지하철 타지 않겠다

가다 서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도로에서 운전 않겠다

하루 내내 볕도 들지 않는 책상 앞에 앉아

창백한 안색(顔色)으로 침침한 눈으로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겠다


한 달만 산다면

'하루살이'처럼 딱 한 달만 산다면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 얼굴 마주 보겠다

한 번이라도 더 가족들과 식사하겠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친구들과 만나 하늘 쳐다보러 나가겠다


한 달만 산다면

정말 딱 한 달만 살고 이 세상 떠나야 한다면

밖에서 술 밥 먹지 않고

일찍 집에 가겠다

더 이상 고민과 불안 속에 빠져 살지 않겠다

고통과 비애(悲哀) 속에 글 쓰며 한 달을 보내지는 않겠다


한 달만 산다면

한 달 동안 TV 보지 않고 책 더 읽겠다

비애(悲哀)를 자아낼 상념에 빠지지 않겠다

비록 지금 한 달 벌어 한 달 살지만

월말마다 그 월급에 금단 증상(禁斷症狀) 겪지만

여러 해 동안 다들 그렇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한 달만 산다면

정말 딱 한 달만 살고 만다면

나도

제주도 가고 싶다

아니 울릉도 가고 싶다

아니 레이캬비크 Reykjavik 가고 싶다



by The Happy Letter














비가(悲歌): 슬프고 애달픈 노래.

비애(悲哀): 슬픔과 설움.

레이캬비크(Reykjavik): 아이슬란드(Iceland)의 수도.

금단 증상(禁斷症狀): [의학] 알코올, 모르핀, 코카인 등의 습관성 물질에 중독된 자가 이런 것의 복용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정신 및 신체상의 증세. 하품, 재채기, 불면증, 통증, 불안, 허탈감, 흥분 따위가 나타난다.

 (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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