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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찬 Jun 24. 2018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그러나 의미있는 이야기

영화 <보이후드>(Boyhood, 2004) 리뷰

<보이후드> 포스터

대부분의 영화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영화가 되는 걸까?


저예산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리처드 링글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모든 인생은 한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범하지만 열심히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찬사 같은 영화다.  


<보이후드>의 줄거리는 너무나도 평범하다. 텍사스에 사는 6살의 소년 메이슨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메이슨은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어머니는 여러번 재혼했으며, 새아버지 중 한명은 늘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슨이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는 없다. 메이슨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게임을 하고, 누나와 싸우며, 몰래 야한 잡지를 읽기도 하는 평범한 10대의 삶을 보냈다.


이 영화는 가정의 불화, 사랑, 이별 등 판타지나 액션이 아닌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이 나온다. 그런 작은 사건 하나 하나가 모여서 인생을 만들듯이 <보이후드>도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보다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보이후드> 스틸컷

보이후드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에 담긴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이다. 1년에 한번씩, 12년동안 영상들을 찍어 주인공인 메이슨과 주변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168분만에 12년 분량의 가족 앨범과 미국 대중 문화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후드>에는 시간의 변동을 더 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각 년도의 주요 사건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뉴스에서 이라크 전쟁 속보가 나오며, 2005년에는 메이슨이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사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2008년에는 메이슨과 누나 사만다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돕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메이슨과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메이슨은 집을 떠나 대학에 간다. 짐을 싸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 올리비아는 이제 혼자 남아 죽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인생에서 “난 그냥 뭔가 더 있을줄 알았어”(I just thought there would be more)라고 울먹이며 한탄한다. 메이슨은 어머니를 위로하고 대학으로 떠난다.

<보이후드> 스틸컷

대학에 도착한 메이슨은 닉, 바브, 니콜, 3명의 친구를 시귀고, 그들과 대학 오리엔테이션을 빠지고 하이킹을 떠난다. 정상에 오른 메이슨은 니콜과 함께 경치를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을 잡으라는 말(seize the moment)에 대해, 역으로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는 말(moment seizes us)을 한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보며 영화는 끝난다.


<보이후드>는 전세계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으며, <대부>와 함께 역대 영화 중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고,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서 5위에 올랐다. 제작비 45억의 저예산 영화가 그의 100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들을 누르고 정상에 선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삶을 다룬 영화에 우리는 쉽게 감화된다. 그리고 그런 남다른 스토리만이 영화로 만들어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마련이다. 그러나 <보이후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도 기록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범하든, 위대하든 간에 모든 삶은 다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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