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생각

신문 끊어 보셨어요?

잘 되던가요?

by 심내음

* 신문 업계에 종사하시면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다소 불편한 내용이 될 수 있는데 양해해주시고 소비자 입장도 이해하셔서 이런 점들은 개선하시어 비즈니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지난 6월 A는 신문을 끊기로 결정하였다. 인터넷이 있는 세상에서 종이 신문을 본다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던 건 벌써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나서 기사 읽기와 사설 요약 숙제를 위해 (물론 이것도 인터넷 기사로 가능하나 아이들 선생님이 꼭 종이 신문을 보라고 당부하셨다고 한다) 종이신문을 구독하여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컴퓨터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뉴스도 인터넷으로 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한 달 15,000원 구독료 지출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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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끊기로 하고 예전 신문 구독을 신청한 전화번호를 찾았다. 이 번호가 중요했던 것이 예전 가입할 때 고려했던 것은 사은품도 무료 서비스 기간도 아니었고 신문을 끊을 때 아무 조건 없이 쉽게 끊게 해준다고 한 곳의 번호였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힘들게 신문을 끊으시는 모습도 본 적이 있었지만 A도 성인이 되어 신문을 보고 이사를 가고, 다른 신문사의 신문으로 갈아타고 했을 때 원래 보던 신문 끊기는 정말 힘든 난제 중에 하나였다. 메모해두었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쪽에서는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으나 신문을 그만 보겠다고 하자 약간 실망한듯한 목소리에 본인들은 신문 해지 담당이 아니어서 다른 곳으로 연락을 한다고 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실망과 짜증이 A의 감정에 잘 비벼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앞에 적은 대로 A가 신문 구독을 정할 적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쉽게 신문을 끊을 수 있느냐 였기 때문에 신문 구독을 정 하였을 때 나중에 이 번호로 신문 해지를 쉽게 할 수 있냐고 3~4번 물었었고 당시 그 담당은 물론 그럴 수 있다고 걱정 말라는 대답을 여러 번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예전에 이래 놓고 왜 말을 바꾸냐를 따질까 하다가 최근 감정 노동자 이슈도 그렇고 A도 시간 절약을 하고 싶어 일단 전화를 끊고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역시 신문 끊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살짝 들었지만 밖에 외출을 해야 했기에 시간을 절약하고 싶었다. 새로운 번호를 걸자 ARS 안내가 나왔고 몇 번에 버튼을 눌러 상담원과 통화가 되었다. A가 자신의 상황을 이차저차 설명을 하고 나니 담당자의 먈


"저희는 해지 접수부서라서 담당자에게 연결을 해드리겠습니다, 끊지 말고 기다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A의 전화는 다시 한번 연결음을 통해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 여보세요"

좀 걸쭉하고 털털한 목소리의 중년 여성분이 전화를 받았고 A는 살짝 당황했다.


"네, 여보세요 거기가 어딘가요? 신문 해지하려고 하는데요"

"아이고 사장님 왜 신문 끊으려고 하세요 저희가 공짜로 1년 넣어드리고 선물로 7만 원 현금으로 드릴게요"

"아 그게 아니고 이제 그만 보려고요. 해지할게요."

"사장님 선물드린다니까, 그냥 보세요"


이런 같은 실랑이를 세 번 더하고 나니 살짝 짜증도 났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A는 좀 센 목소리로


"사장님, 저 다른 신문사 신문 볼 거니까 끊어 주세요, 끊습니다"

"아이 그냥 보시라니까, 뚜뚜뚜......"


'된 건가?'


전화는 끊어졌는데, 뭔가 어정쩡하다. 아마 A의 집에 신문을 넣는 보급소의 사장님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찜찜해서 두 번째 연결된 콜센터로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아 그러셨어요'하더니 본사에 해지 접수는 되었고 다만 이번 달 말까지 신문구독을 하고 대금을 넣어주면 된다고 했다. 왜 내일이 아니고 이번 달 말까지인지 더 따지고 싶었지만 일단 해지 신청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좀 물러서기로 했다. 전화로 실랑이를 했던 그 보급소 사장님이 집주소를 알고 있는 것도 A는 찜찜했다. ' 그래, 이번 달 말까지는 도움 주는 셈 치고 주자,

해지가 된 거면."


후에 A의 파란만장한 신문 끊기가 성공하였는지 후속 리포트를 짧게라도 올려보기로 하겠다.


- 터득한 점 -


신문을 끊을 때 어떤 것 보다도 가장 설득이 잘 되는 사유는 '다른 회사의 신문을 보기로 했다'이다. 그냥 끊는다, 이제 인터넷으로 보려고 한다, 집에 더 이상 볼 사람이 없다, 이사를 간다 등은 잘 먹히지 않는 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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