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처음에 아주 우연히 이 이벤트에 응모하게 되었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주유/택시/백화점 등등 서로 다른 사용 분야에서 그들의 카드를 일정 금액을 이상 사용했을 때 선물을 주는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자신의 작은 월급 때문에 복권 당첨을 바라는 심정으로 모든 이벤트에 습관적으로 응모하는 민재였기에 이 빙고 이벤트도 습관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빙고를 다 맞추면 몇 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도록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빙고를 다 맞춰도 응모할 수 있는 자격만 주는 것이다. 민재는 가끔 깨톡 이모티콘 이나 별다방 쿠폰 등을 받았지만 사실 그 상품들 액수보다 몇 배나 큰 금액을 그 특정 카드로 몰아써 쓰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이번 달은 8개의 빙고를 맞추고 백화점 1개가 남았다. 6만원을 썼고 4만원을 더 써야 빙고가 완성된다. 이번달 말까지 10일 남짓 남았지만 백화점에서 특별히 살 것이 없다. 하지만 매일매일 한 칸이 비워진 빙고 판을 보면서 그래 뭐라도 사야겠구나 밥이라도 가서 먹어야 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실 짠돌이 민재는 백화점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어느 날 민재는 회사에서 바쁜 일과 회의를 마치고 밀린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민재의 아내가 백화점에서 그림 같이 정확한 금액으로 쇼핑을 하여 마지막 빙고가 완성되는 금액을 채운 것이다.
“우오오옷~~!”
민재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었다. 아내가 너무 고마웠고 이 결혼은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9개의 빙고가 전부 완성되어 반짝반짝 빛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다음날 민재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카드회사 앱을 확인했다. 아직 9개 빙고 완성이 되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나 보다 하고 민재는 오후가 되서 한번더 카드회사 앱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전히 빙고는 완성되지 않았다. 콜센터에 물어볼까 하다가 그런 질문을 하면 왠지 쪼잔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민재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어제 백화점에서 온 쇼핑 문자를 확인하였다.
“이런 !!!!!”
민재는 깜짝 놀랐다. 아내가 어제 백화점에서 쓴 것은 이벤트를 하는 회사의 카드가 아니었다.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민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다. 단축 다이얼을 눌러 아내에게 전화를 하였다.
“응 여보 전화 괜찮아?”
아내가 다른 카드를 쓴 것에 대해 전화를 받자마자 큰 고함으로 욕설을 퍼부을 것 같았던 민재는 아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에게 왜 이벤트를 하는 카드를 쓰지 않았냐고 묻자 아내는
“응? 그런게 있었어? 몰랐는데”
라고 말했다. 너무 허무했다. 민재는 10일동안 백화점에서 4만원을 어떻게 써야할까 그냥 고민하기로 했다. 월급은 작고 세상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