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못읽는 작가
민재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차를 닦고 있었다. 얼마 전에 새로 산 흰색 차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민재의 건강 때문에 아내 경서가 특별히 비싼 가격을 주고 차를 바꾸는 것에 동의해서 마련한 모델이라 차를 볼 때마다 민재는 이런 차를 운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민재는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을 느꼈다. 막내딸이었다.
“아빠 끝났어. 데리러 와줘”
“어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지금 갈께”
“얼마나 걸려? 나 지금 1층인데”
“어 가고 있어 5분만 기디려줘”
“아빠는 맨날 5분이잖아. 오면 전화줘, 더워서 건물 안에 있을께”
둘째를 학원에서 픽업해서 식당에 가기로 한 민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난 학원 시간에 당황했다. 황급히 차를 몰아 둘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쿵”
‘이런 젠장’
민재는 등골이 오싹했다. 빨리 가려고 골목길에 접어들어 속도를 내었고 마지막 골목에서 차를 꺾던 중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 큰일이다 경서가 화낼텐데’
민재는 아내 경서가 화를 낼 걱정이 앞섰다. 차를 내려 소리가 난 앞쪽으로가 확인을 했다. 범퍼 하단 부분에 담벼락 회색 돌 가루가 뭍어 있었다.
민재는 접촉사고 전까지만 해도 하얀색 백마처럼 느껴진 자동차가 갑자기 구멍난 흰색 양말 같이 느껴졌다. 화가 나고 속상해서 민재는 그런 생각이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아 백마가 아니고 그냥 구멍난 흰양말 갇다’
민재는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밉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