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졸업식

by 심내음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돈봉투를 내밀었다

본인 몸 가누기도 힘들어서 돈봉투를 잃어버릴까 두려우니 가지고 있어 달라 한다


졸업식장까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어머니와 손을 잡고 30분을 걸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3층을 걸어 올라갔다


걸으면서도 계단에서 길을 막는게 아닌지 어머니는 계속 두리번 거린다



입구에 서 있던 학교 선생님이 빨리 와달라고 손짓을 한다.


내가 어머니를 부축하고 있는 걸 못본걸까 그 손짓이 너무 거슬렸다. 너무 화가 났다.


학부모 좌석은 원래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하지만 안 올라가도 되는 다른 좌석을 안내해 주려고 그랬단다


그런데 왜 손짓은 그렇게 격하게 했던걸까



어머니는 간신히 의자에 앉았다.


그 자리는 7의자가 길게 붙어 있는 가장 왼쪽에 있던 자리였다.


어머니는 키가 크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다른 의자로 갈 때 충분히 지나갈 수 있으니 그냥 끝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다며 굳이 힘든 몸을 이끌고 가운데로 한 자리씩 움직인다


그런 어머니가 미워서 그리고 공간이 작아 도와줄 수가 없어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밤새 어머니를 짐짝 놓듯이 의자에 던져둔 것 같아 잠을 설쳤다



졸업식이 끝나고 딸이 어머니에게 왔을 때 아까 맡겨 놓은 꼬깃꼬깃한 돈봉투를 어머니 손에 쥐어준다


어머니는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연신 말하며 돈봉투를 딸에게 내민다


딸은 내가 시킨대로 예의 바르게 할머니에게 고맙다고 말을 했지만 1분도 안되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서운한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집에 가자고 한다



졸업식이 끝나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뒤뚱이며 집으로 걸어간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차를 가지러 갔다.


갈떄 까지도 추운 겨울 길가에 차가 올때까지 서 있는게 나은지 아픈 몸을 끌고 30분을 걸어서 집에 가는게 나은지 헷갈렸다



나는 불효자다 나는 효자다


어머니를 보면 눈물이 난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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