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음 씨의 큰 딸은 다이어트 중이다. 중학생이지만 사실 대한민국에서 다이어트하지 않는 사람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고 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내음 씨가 오늘도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사실 내음 씨도 다이어트 때문에 요즘 퇴근할 때 버스를 타지 않고 30분 거리를 걸어오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선풍기 앞에 삼복더위 맞은 동네 견공처럼 헥헥대고 있는데 큰 딸이 와서 말했다.
"아빠 악몽을 꾸었어"
내음 씨의 딸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 태풍이 오늘 온다고 했던 거 같았는데.. 이름이 바비였던가... 무슨 태풍 이름이 그래 바비처럼 예쁜 이름도 아니고... 좀 있으면 켄도 같이 오겠네. '
아까 스마트폰 뉴스에서 태풍 속보를 본 것이 생각이 났다. 이번 태풍은 특히 바람이세서 길에 달리는 자동차를 날려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강풍을 동반하니 극히 주의해야 한다고.
바람이 심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집 쪽으로 난 진입로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도는 순간 갑자기 앞에서 무언가 큰 물체가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는데 3미터쯤 앞에서 쥐색 SUV 차가 길게 가로로 누워 마치 드럼통이 내리막길을 데굴데굴 굴러가듯이 회전하면서 내음 씨 큰 딸의 머리 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내음 씨의 딸은 움찔했으나 곧 그런 자동차가 한 대가 아님을 알았다. 도로 여기저기에서 버스, 승용차, 용달차 할 것 없이 많은 차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순간 내음 씨 딸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그냥 걷고 있는 거지? 왜 안 날아가는 거지?'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면서 커다란 여자 얼굴이 환하게 웃으면서 내음 씨 큰 딸을 보고 말했다. 놀랍게도 바비 인형이었다.
"안녕 너는 괜찮아. 어젯밤에 떡볶이 먹었더라? 엄마가 웬만하면 그냥 자라고 했는데도 데헷. 걱정하지 마 너는 나한테 날아갈 정도로 가볍지 않아"
'그게 아니야. 난 학원 가느라 저녁도 안 먹었다고~!!!'
내음 씨 딸은 억울해서 소리치고 싶었지만 왠지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만 그녀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하하 그게 뭐야 악몽을 꾸었다길래 납량특집 귀신 나오는 줄 알았더니"
"아무튼 그랬는데 아이 행복해"
"악몽 꿨다면서 행복하다니? 너 혹시... 집안이 너무 덥니? 요새 전기료 아낀다고 에어컨을 안 틀기는 했지만.. 엄마 아빠한테 에어컨 틀어달라고 말을 해야지 더우면. 덥다고 더위먹고 그러면 안돼"
"아니 그게 아니고 꿈이었잖아. 악몽은 꿈이니까 현실에서 내가 더 열심히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면 돼지 뭐. 아빠 잘 자. 나 숙제하러 간다"
딩... 그렇군. '행복이란 악몽을 꾸고 그것이 꿈인 것에 안심하는 것' 이란 말인가? 요새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