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로또 추첨은 토요일 저녁 8시 45분에 이루어진다. 로또 추첨이 끝나고 나면 1등 당첨자가 어느 지역에서 많이 나왔는지, 몇 명이 나왔는지 등의 정보가 담긴 기사가 나오는데 여느 때와 같던 기사에 조금은 다른 내용이 적혀있었다. 10명이 인생을 바꿀만한 액수에 당첨 되었는데 10명 중 5명은 자동으로, 4명은 수동으로 그리고 나머지 1명은 '반자동'으로 사서 당첨이 되었다고 했다. 매주 자동으로도 사보고 수동으로도 사봤지만, 반자동이라니. "반자동이 터졌다"는 자극적인 뉴스기사 헤드라인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반자동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 내 로또 인생에도 새로운 볕이 들까 싶어서.
반자동 방식은 로또계의 짬짜면 같은 존재다. 짬뽕도 짜장면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이라면. 주어진 운명을 내 손으로 개척하고 싶으면서도 하늘의 뜻에도 따르고 싶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마음을 로또 설계자는 간파했나보다. 6개의 숫자 중 1~5개의 숫자를 검정색으로 칠한 후에 "자동선택" 칸을 칠해주기만 하면 나머지 숫자는 로또 기계가 점지해주는 방식이 바로 반자동이다. 예를 들면 내 생일 4 그리고 25 두 개의 숫자 그리고 자동선택 칸까지 마킹해서 제출하면 4와 25가 포함된 6개 숫자가 골라져 나온다.
반자동으로 로또를 사다보면 깨닫게 된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숫자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내 생일, 엄마 생일, 애인의 생일, 꿈에서 할머니가 점지해준 숫자, 좋아하는 연예인이 말한 행운의 숫자 등. 6개의 자리 중에 일단 이런 숫자들을 우리는 먼저 앉히고 본다. 남는 자리에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운의 숫자들이 들어찬다. 어쩌면 결국 로또를 사는 이유는 엄청나게 단순한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