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레논 Sep 19. 2023

돈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마셔보는 김칫국

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어느 날 나에게도 꽤 큰 행운이 찾아왔다. 4등 당첨. 숫자 4개를 맞추면 5만원을 받을 수 있는 지금까지의 로또 인생 중 최고 성적이다. 무려 733분의 1의 확률을 뚫은 것이다. 근데 숫자를 4개나 맞추고보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아.. 2개만 더 맞췄으면 1등인데.. (사실 1등과 4등이 될 확률은 천지차이다)’ 마치 간발의 차로 1등을 놓친듯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아쉬워지면서 왠지 1등에 많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말았다.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는 사람들의 사연을 가끔 찾아 읽는다. 동행복권 홈페이지의 당첨소식 게시판에는 당첨자 인터뷰가 매주 업데이트 되는데 각양각색의 사연들이지만 하나같이 행복한 흥분이 배어나온다. 일단 인터뷰 제목들을 몇 개 옮겨와본다.


“되긴 되는구나, 당첨복권이 있긴 있구나!”

“꾸준히 구매하면 언젠가는 된다!”

“5번이나 꾼 똥꿈이 행운의 징조였던 거 같아요!”


나에게는 가끔 회사 팀 사람들에게 로또를 선물하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호기롭게 선물해 놓고선 덜컥 겁이난다. 내가 사준 로또로 진짜 당첨이 되면 어쩌지? 그렇게 안되는 로또가 왜 남은 잘 될 것 같은지.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만약 1등이 되면 얼마를 떼달라고 해야하지? 2억..? 당첨금의 10%? 아니지 내가 산 건데 50%는 달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로또를 건네주면서 꼭 말하곤 한다.


"우리, 담주에 보지말아요”


그리고 나한테 되지도 않을 로또를 산다며 비웃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겨우 로또 한 장을 지갑에 찔러 넣었을 뿐인데 한껏 기대를 하기 시작한다. 고기를 한바탕 구워먹고 나면 후식 냉면이 생각나는 것처럼 이상하게 로또를 사고나면 김칫국이 들이키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전히 나를 포함한 우리 팀 사람들은 열심히 회사에 나오고 있고 나는 아직도 매주 로또를 사고 있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아직까지도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5분 로또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혹시라도 1등이 될까봐.

매거진의 이전글 로또계의 짬짜면, 반자동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