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전 말고 인생역전
어느 날 나에게도 꽤 큰 행운이 찾아왔다. 4등 당첨. 숫자 4개를 맞추면 5만원을 받을 수 있는 지금까지의 로또 인생 중 최고 성적이다. 무려 733분의 1의 확률을 뚫은 것이다. 근데 숫자를 4개나 맞추고보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서 ‘아.. 2개만 더 맞췄으면 1등인데.. (사실 1등과 4등이 될 확률은 천지차이다)’ 마치 간발의 차로 1등을 놓친듯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아쉬워지면서 왠지 1등에 많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말았다.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는 사람들의 사연을 가끔 찾아 읽는다. 동행복권 홈페이지의 당첨소식 게시판에는 당첨자 인터뷰가 매주 업데이트 되는데 각양각색의 사연들이지만 하나같이 행복한 흥분이 배어나온다. 일단 인터뷰 제목들을 몇 개 옮겨와본다.
“되긴 되는구나, 당첨복권이 있긴 있구나!”
“꾸준히 구매하면 언젠가는 된다!”
“5번이나 꾼 똥꿈이 행운의 징조였던 거 같아요!”
나에게는 가끔 회사 팀 사람들에게 로또를 선물하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호기롭게 선물해 놓고선 덜컥 겁이난다. 내가 사준 로또로 진짜 당첨이 되면 어쩌지? 그렇게 안되는 로또가 왜 남은 잘 될 것 같은지.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만약 1등이 되면 얼마를 떼달라고 해야하지? 2억..? 당첨금의 10%? 아니지 내가 산 건데 50%는 달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로또를 건네주면서 꼭 말하곤 한다.
"우리, 담주에 보지말아요”
그리고 나한테 되지도 않을 로또를 산다며 비웃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겨우 로또 한 장을 지갑에 찔러 넣었을 뿐인데 한껏 기대를 하기 시작한다. 고기를 한바탕 구워먹고 나면 후식 냉면이 생각나는 것처럼 이상하게 로또를 사고나면 김칫국이 들이키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전히 나를 포함한 우리 팀 사람들은 열심히 회사에 나오고 있고 나는 아직도 매주 로또를 사고 있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아직까지도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5분 로또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혹시라도 1등이 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