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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레논 Oct 22. 2023

[웹소설] 광인들 - 4화


-3일 후-




#광파리스 9층 3번 회의실




“자 여러분 축하할 일이 있습니다”


팀장 형 씨가 기분이 좋을 때는 반드시 경계해야한다. 일이 들어왔다는 뜻.


"와~후" 대외적으로는 기뻐해야하는 상황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기쁘지 않을 때, 진 씨는 감탄사와 한숨을 뒤섞어 내뱉고는 했다.


“우리가 지난 주말 산에 갔었잖아요? 거기서 우리 아재들이 사과할게 캠페인에 너무 감명받은 산타 등산화 사장님께서 우리 광파리스에 광고를 의뢰주셨습니다.“


형 씨는 프로젝터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산타등산화의 홈페이지를 띄운다. 등산화를 신고 산타복장을 한 아저씨가 신나게 한국의 산을 타고 있는 사진이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산타 등산화는 사실 등산화 업계에서는 꽤 잘나가는 중견기업이다. 그러고보니 저번 주말 산에 갔을 때 산타 등산화를 착용한 아저씨들을 많이 목격했다. 등산화 옆으로 발목까지 이어지는 사선을 산으로 형상화하여 산타가 올라가고 있는듯한 자수가 놓아져 있는 게 산타등산화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었다.


"산타 등산화가 이번에 창업 10주년을 맞이해서 특별히 2족을 사면 1족을 공짜로 주는 프로모션을 하신다고 광고 아이디어를 짜달랍니다."


회의실에 못보던 얼굴이 있다, 만년 차장 유 씨.


"여기 유 씨가 등산이 취미라고 해서 특별히 저희 제작팀 객원멤버로 모셨습니다. 11월부터 프로모션 시작한다고 하니까 서두릅시다!"






#차주 월요일 아침, 광파리스 6번 회의실




회의실 책상 한 가운데에 있던 리모컨을 민 씨가 엠티에 온 사람들이 소주병을 돌리듯이 휘리릭 돌린다. 제작팀에서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깔지 정하는 방식은 제작팀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N사의 사다리타기를 애용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연장자 순으로 한다. 리모콘의 빨간색 전원 버튼이 유 씨를 가리킨다.


"자 그럼 유 씨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자고"


"네 그럼 A안입니다" 유 씨는 수줍게 케이블을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한다.


"모델은 산다라박을 생각해봤습니다. 산다라박 씨가 산 정상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산타라, 박! 산타라, 박!  


열심히 산 타면 산타 등산화가 등산화를 무료로 드려요-


"박 씨 성을 가진 등산객에게 산을 타자고 유도하는 카피를 써봤습니다."


"그러면 김 씨, 이 씨, 나머지 성 씨들은 소외되지 않나요?" 진지하게 따지는 민씨의 허벅지를 진 씨가 꾸욱 누른다.


"네 그렇긴한데 산다라박 씨를 모델로 쓰려다보니........"


유 씨가 만년차장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광파리스 사람들이 광만 파느라 모르는 것 같아보여도 다들 놀라울정도로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두 번째 안으로 넘기는데 피피티 화면에 중국집에서 파는 울면 그릇이 거대하게 떠있고 그 위에 엑스가 쳐져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대~


산타등산화는 산 타는 어른에겐 선물을 주신대~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울면을 등장시켜서! 자연스럽게 연상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안은 더 가관이다.


"프로모션의 기본은 발상의 전환 아니겠습니까?"


투플러스 원은?


삼? 아니죠.


산! 맞습니다


삼이라는 글자의 미음에서 일부분이 지워지며 니은이 나타나서 '산'이라는 글자가 완성되는 조악한 피피티 애니메이션 효과로 유 씨의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차례는 진 씨다.




"A안입니다. 산타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간 아저씨들이 느끼는 즐거움을 감탄사 카피에 담아봤습니다."




등산화가 다르니까, 매일 가던 등산길이 다르다.


살다살다 이런 등산을 봤나!


2+1 프로모션 진행중




"프로모션을 강조하는 B안입니다. 촬영하게 된다면 산타등산화 매장을 빌리고 산타등산화 매장 점원을 등장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산타등산화, 이거랑 저거 2족 주세요


고객님 하나 더 고르셔야합니다, 2+1 행사중이라서요


2족같은 가격으로 3족이라니!




마지막 C안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산타 등산화라는 신발을 돋보이게 하고자 써봤습니다


투쁠원 행사로 가족 모두가 등산화를 신고 즐겁게 등산을 떠나온 상황입니다.




아빠, 발 안아파요?




"신발의 성능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관악산이나 청계산처럼 일반적인 한국의 산이 아니라 알프스 정도로 엄청나게 험난한 산으로 가서 로케 촬영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전혀 안아파 우리 가족이 2켤레 가격으로 3켤레를 사서 왔는걸


어머, 이런 신발!




"어머니가 오랜만의 화목한 가족 등산 나들이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키카피를 외치면서 끝나는 광고입니다."




형 씨는 회의가 끝나고 진 씨를 따로 불렀다.


"진 씨, 월요일 아침이라 많이 피곤하지?"


"뭐 월요일 아침이 즐거운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 연봉에 포함되어 있는건데"


"아이디어는 그 사람 마음의 거울이라구~ 뭐랄까 진 씨의 시안에서 화가 느껴져서 그냥 물어봤섬"


"거울 맞나봐요. 팀장님, 저 홧딱지나서 못해먹겠어요. 광파리스 그만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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