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변화의 시작
2011년 2월,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회사에 취업을 하는 꿈같은 일이 내게 일어났다. 너무 감사했다. 학창시절 16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모두 보상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셨다. 합격 소식을 전달했을 때 두 분 모두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펄쩍펄쩍 뛰셨다. 그 이상 기분 좋은 표정을 한번도 보여주신 적이 없었다.
회사 생활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이미 인턴 생활을 했던 곳이라 적응도 쉬웠다. 마음 맞는 동기도 만나 힘들 때 의지할 곳도 있었다.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도움이 되고자 내가 나서면 더 짐만 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내게 변화가 찾아왔다. 부서 내 유일한 동기가 다른 부서로 전배간 것이다. 전배가 결정되기 전, 같이 가자고 나에게 제안도 하였는데 상당한 고심 끝에 거절했었다. 동기와 함께하기 싫어서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동기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같은 일을 해도 의욕이 떨어졌고 (지금은 즐겁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회사에 있는 순간이 미치도록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배님들의 눈치에 개의치 않고 거의 매일 '칼퇴'를 했다. 슬럼프였다.
입사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남들보다 조금 빨리 찾아온 슬럼프에 처음엔 대처해야겠단 생각 따위를 하지 못 했다. 그러나 곧 슬럼프로 인해 점점 피폐해져 가는 삶을 변화시킬 필요를 느끼게 됐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나의 고민을 말하는 것도 소용없었다. 나의 사정을 봐 주기는커녕 교과서적인 조언을 건네거나 '나도 힘들다'는 푸념뿐이었다. 나는 무언의 해결책을 원했지만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를 관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뭐가 좋을지 떠오르지도 않았고 대책 없이 그리 큰 결단을 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나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에 눈을 돌렸다. 그 때, 글쓰기 강좌를 떠올리고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글쓰기는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흩어진 정신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내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를 이루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점차 내 삶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고 기나긴 터널의 끝도 보였다.
그로부터 나는 3년째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올리는 공간은 조금씩 변화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글 쓰는 것이 꽤나 익숙해졌고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퇴근 후 절반의 시간은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 업무에 지친 날에도 글 쓰는 시간만큼은 다시 활기로 가득 찼다. 글쓰기와의 운명적 만남이 내 삶을 많이 변화시켰다. 분명 반가운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