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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Oct 29. 2023

식상한 음악 예능 속 박진영의 도전

KBS2 <골든걸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MBC 예능 <놀면뭐하니?>가 또다시 음악 아이템을 꺼냈다. 올 3~4월에 방송했던 ‘땡처리엔터테인먼트’의 연장선에서 ‘JS엔터’ 편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편에서는 보이그룹 틴탑을 오마쥬한 원탑(유재석, 하하, 이이경, 양세형, 황광희, 조세호, 유병재), 걸그룹 주주 시크릿(박진주, 이미주) 팀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원탑의 경우 <놀면뭐하니?> 고정출연멤버인 유재석, 하하, 이이경 외에는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함께할 수 없어 새롭게 메인보컬을 할 수 있는 멤버를 찾아 활동을 이어간다는 콘셉트이다. 하지만 <놀면뭐하니?>의 음악 프로젝트는 이제 너무 식상해졌다.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워너비, WSG워너비 등 수차례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음악 소재는 시청자의 관심을 떠나게 만들었고 프로그램 시청률이 4%대로 추락한 시작과 닮아있다. <놀면뭐하니?>는 부진탈출을 위해 메인 PD를 박창훈에서 김진용, 장우성으로 교체한데 이어 정준하, 신봉선을 하차시키고 주우재를 새 멤버로 합류시키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망스럽게도 또다시 음악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못했다.


임영웅, 이찬원, 송가인, 양지은 등을 탄생시키며 트로트 오디션을 이끌고 있는 TV조선은 올겨울 ‘미스트롯3’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MBN은 다음 달 28일 ‘현역가왕’을 방송한다. ‘현역가왕’은 2024년 예정인 ‘한일 트로트 가왕전’에 나갈 대한민국 대표 여성 현역 트로트 가수 톱 7을 뽑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이다. TV조선에서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을 히트치고 MBN으로 소속을 옮겨 ‘불타는 트롯맨’을 론칭했던 서혜진 PD 사단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트로트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올 상반기 방송한 TV조선 ‘미스터트롯2’의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 24%로 마감했다. 전작인 ‘미스트롯2’(32.9%)와 ‘미스터트롯1’(35.7%)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결승전 생방송 문자투표 역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스터트롯1’ 결승전 문자투표 수익금은 3억 3900여만 원인 것에 비해 ‘미스터트롯2’는 1억 8000여만 원에 그쳤다. 임영웅과 같은 슈퍼스타의 탄생도 없었고 특정 출연자 밀어주기 논란 등을 키우며 화제성이 떨어진 결과물이다.


이렇게 식상한 음악 예능이 범람하는 가운데 지난 27일 방송을 시작한 KBS2 <골든걸스>는 좀 다를까. <골든걸스>는 국내 최정상 보컬리스트 4명을 걸그룹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박진영의 프로듀싱 속에 탄생할 4명의 멤버 구성이 놀랍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단지, 이 4명이 하나의 그룹 활동을 한다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다. 포인트는 요즘 걸그룹 노래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박진영이 직접 제안하고 섭외까지 진행했고 방송 내내 새로운 도전에 겁을 내는 멤버들에게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강력한 믿음을 던졌다. 4명의 평균 연령은 60살. 그리고 첫 미션으로 이들에게 각자의 목소리에 어울릴만한 요즘 여자 아이돌 곡을 2주간 연습해 오라고 하였는데 1회에서 공개된 신효범이 부른 트와이스의 ‘Feel Special!’과 박미경이 부른 IVE(아이브)의 ‘I AM’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낸 모습을 보며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아직 무대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순이가 부를 뉴진스의 ‘Hype Boy’와 이은미가 부를 청하의 ‘벌써 12시’ 무대도 너무 기대된다.


박진영은 4명의 장점을 모두 파악한 상태로 처음부터 기획한 듯싶다. 인순이에 대해서는 “나이는 있어도 핑계는 없는 사람”이라며 “몸만 유연한 게 아니라 생각도 유연하다”라고 말했고 신효범에 대해서는 “타고난 보컬로 감정 전달력이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박미경에 대해서는 “내가 가수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를 말도 안 되게 잘한다, 고음과 댄스 음악의 경험자로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음악과 가장 비슷한 음악을 했다”라고 밝혔고 이은미에 대해서는 “굉장히 거칠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날 것의 매력이 있어서 저 재능을 가져다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박진영은 영감이 떠올랐지만 4명의 장단점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곡을 쓰지 않았다고 했을 만큼 <골든걸스>에 진심이란 것이 느껴졌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나 프로듀서와 가수로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진영의 나이는 무려 51세.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2016년까지 K팝스타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이후 2021년에는 싸이와 함께 SBS <LOUD>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2022년에는 최고의 합창 배틀 팀을 선발하고 세계합창대회 진두지휘까지 하는 모습을 담은 SBS <싱포골드> 방송에도 참여했다. 특히, <싱포골드>는 시즌2가 그리워질 만큼 아직은 낯선 ‘퍼포먼스 합창’에 대한 매력을 새롭게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골든걸스> 역시 다른 음악 예능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박진영의 또 다른 도전은 음악 예능에 지친 시청자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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