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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준 Oct 24. 2024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을 컨트롤하는 법?

책 <무기력 디톡스> 서평

본 글은 체험단이 아닌 직접 구매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24년 10월 21일 초판. 출간된 지 1주일도 안된 완전 따끈따끈한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무기력 디톡스>.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거는 마인드 부스팅 수업"이라는 부제를 보며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상황과 똑 닮아 집어 들게 되었다. 저자는 유튜브를 통해 뵌 적이 있었던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셨다. 이곳에 읽으면서 공감되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최근 나는 회사에서 부서가 변경되었는데 낯설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와 함께 무기력감을 느껴왔었다. 그리고 대책도 없이 '잠깐 회사를 쉬어야 하나, 퇴사를 해야 하나' 등의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이런 걸 '심리적 회피 반응'이라고 한다. 현재 상황에서 자꾸만 벗어나고 무조건 회피하려는 무기력의 대표적인 증상이란다. 무기력은 '지금 여기'를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때 진짜 떠나버리면 대부분은 후회하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당연한 말인데 당시의 나는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신건강 관리의 제1원칙이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견뎌낸다'는 마음을 갖으라는 조언을 저자는 건넸다. 책 곳곳에 이런 메시지들이 담겨있었다. 특히 '행복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행복해야 한다는 '셀프 가스라이팅'을 멈추라고 말한다. 늘 행복할 수 없고 우울한 감정도 때론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1차 스트레스와 2차 스트레스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건망증으로 실수를 했다'라는 직접적인 사건이나 경험은 1차 스트레스, '난 왜 맨날 이 모양일까, 정말 한심하다'라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2차 스트레스라고 한다. 1차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것이 2차 스트레스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주관적인 판단인가?'를 생각해 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 또한 주변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돌이켜보면 내 주관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저자가 무기력한 이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나는 손흥민이다'라고 되뇌어 보라는 조언을 한다고 한다. 피지컬이 남다른 손흥민 선수도 경기를 연장전까지 마치고 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텐데 이것은 손흥민 선수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기에 찾아온 심신의 피로라는 점.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 역시 2차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일 것이다.


  무기력을 호소하는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치열하게 산다는 말은 내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나도 나름대로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완벽해지려는 성격 탓에 내가 너무 나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닐까. 실수를 용납하고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또한 내가 바꿔야 할 부분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변화를 위해서는 '선 행동 후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늘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생각은 많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몇 안되는데... 이런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의욕이 생기는 완벽한 타이밍은 없고 오히려 동기부여를 찾다가 에너지를 과잉 소비하여 정작 행동으로 옮길 에너지가 고갈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맞다... 책에 딱 맞는 예시가 등장하는데, "휴일에 웬 등산이냐"며 친구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며 마지못해 집을 나섰는데, 등산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지친 마음이 재충전되고 '다음 주에도 등산을 할까?' 하는 의욕이 생기는 경험처럼 액션을 먼저 취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주변에 무기력함을 호소한 적이 있는데, "혼자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때?"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었다. 혼자 다니는 것에 꽤 익숙하지만, '여행'이라는 감정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충분히 내가 그 시간 속에 몰입해서 즐기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그래서 최근에 기분 전환을 할 겸 경치 좋은 카페에 들러 나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보통 카페는 일정 사이의 빈 공간이 있을 때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날은 오직 카페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무려 5시간을 카페에서 다양한 음료와 빵을 맛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중간 카페 주변을 산책도 하고 멋있는 구도로 사진도 찍어보았다. 카페에 다녀오기 위해 내가 소비한 시간은 무려 왕복 4시간이었지만 그날은 하루가 매우 알차게 느껴졌고 신기하게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마침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었다. '마음에 쉼표 찍기, 멘탈 브레이크'라는 부분인데 무기력 상태가 되면 평소 늘 좋아했던 것도 싫어지게 되는데 잘 쉴 수 있도록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걸어주라는 내용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회의를 마친 A직원과 회의 사이사이 휴식을 취하며 미니 브레이크를 가진 B직원의 뇌 피로도 상태를 보았더니 B 직원이 더 양호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A직원은 '내가 뭐 하러 이러고 사나'라며 부정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오히려 쉬엄쉬엄 일한 B 직원은 '오늘 하루 최고였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 나쁘지 않았네'라며 긍정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중간중간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는 방법으로 소개된 것 중에 '감사 일기 쓰기'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으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가득 담겨 있으니 글을 쓰는 내내 나 또한 행복한 에너지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것을 위해 계획부터 세웠겠지만 앞서 소개된 책의 내용처럼 '선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약 250쪽이 넘는 이 책에는 무기력한 마음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어 마치 2-3번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돌이켜보면 내용 그 자체에 특별함이 있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을 법한 것들을 계속 주입하면서 나의 마음을 움직여준다는 면에서 매력이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설령 나의 이 서평으로 모든 내용이 전달되었다고 하여도 실제 무기력한 마음에 빠져있는 독자라면 직접 책을 사서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은 차이가 있을 때가 있다. 이 책은 반드시 직접 경험을 할 때 더 빛이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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