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_에픽하이 <비가 온대 내일도>
살아가면서 느낀 은하수만 했던 감정들을 건네고 별 몇 개를 얻는 일.
국내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비가 온대 내일도>라는 곡의 한 구절이다. 마케팅이라는 나의 일을 시적이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한 이 가사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40여 개의 마케팅 캠페인을 세상에 내보였다. 짧아야 3개월, 길게는 1년을 수없이 고민하고 문제를 극복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캠페인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기나긴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30초를 넘는 일이 잘 없다. 은하수만 했던 노력의 결과로 별 몇 개만 한 관심을 얻는 이 과정이 반복되어 허무함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이 곡을 들었다.
<비가 온대 내일도>가 수록된 에픽하이의 2019년 발매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잠 못 드는 이들을 위로하는 곡들로 이루어진 소설집 형태의 앨범이다. 부담감, 불안함, 그리움 등. 그중 <비가 온대 내일도>는 일과 관련된 고민으로 잠 못 드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거나 무작정 힘내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 창작이란 그럴싸한 이름에 스스로 벽을 세워 넘는 일.’ 혹은 ‘남을 채워주려 비우다 사라지게 될 운명이라는 건 아는데.’와 같이 그저 서정적이고 세심하게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묘사하며 대변해 주는 방식으로 위로해 준다.
이 글을 쓰는 요 며칠도 <비가 온대 내일도>를 수차례 반복 재생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러면서 알았다. 나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 곡이 주는 위로를 들으며 별 몇 개로 만족해야 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마케터 더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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