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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Mar 07. 2019

돈은 안 받을게 빨래는 직접 해

목수J 작가K(17회)

새 교실, 새 선생님, 새 친구들.

새 학기 첫 날, 4학년 3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아이의 마음은 얼만큼 두근거렸을까.

혼자 상상해보다가,

과연 그런 두근거림이 있기나 했을까, 의문스러웠던 건

매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학교에 가는 일에 대해

아이의 문제제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체 왜 (우리 식구 중)나만 매일같이 학교에 가는 수고를 겪어야 하는 거냐'는,

아이 입장에선 꽤나 근본적인 물음이다.

대학입시를 교육의 유일한 목표라 생각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더욱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살아온 인생 대부분을 학력 인플레의 사기극에 쏟아붓고

부모를 떠난 이후 20년째 집한칸 없이 살아온 우리는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겠다는 목표가 없다.


당장엔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아빠로서 내가 학교에 바라는 바는

아이가 졸업 때까지 책이나 실컷 읽고

예술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는 정도 이다.


현교과목 중 나머지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나중에

골라서 하면 된다. 또 그게 더 잘 된다,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처럼 학교개혁이, 수십 년 된 누더기를 계속해서 기워 입는 식이 아니라

대학입시를 통째로 갈아엎는 것이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면 못할 것도 없는 얘기지만

아직 우리 학교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열차를 세울 수 없다면

달리는 채로 뛰어내릴 수밖에.

나중에 누가 더 다치고 누가 더 행복해질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싫어서다. 그들이 데려다 주겠다는 목적지에 가기 싫어서.

폭주 기관차에서 내렸다고 해서 대단한 뭔가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열차에서 내린다는 건 멋진 시작일 순 있으나

우리에게는 갈아탈 열차도,

내린 곳 부근에다 새로 일굴 땅 한평도 없다.


그러니 아이의 물음에

아빠엄마도 다 겪은 거야, 하는 군대식 논리도,

학교에 가면 즐겁지 않아? 친구들도 선생님도 있고, 하는 꿍꿍이속 같은 대답도

내밀 수가 없다.

이것보단 훨씬 그럴싸한 대답이 필요하다.

11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설득력 있는 대답.

하지만

그렇게 아이를 방치(열차에서 내리면 방치하는 게 된다. 다들 그렇게 본다.)하는 동안에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중



"정말이야. 우리 애는 유리창 청소도 한번 해본 적 없다던데?"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J는 놀라는 듯했다.

"씨발 자기가 어질러놓은 걸 자기가 치우는 건 인간의 기본 아니야? 대체 청소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귀하고 바쁜 자식들에겐 시킬 수 없는 허드렛일이겠지?"

"언제 합의된 거냐 그건?"

"청소가 싫긴 하지. 나도 학교 때 청소하기 싫어서 학교가기 싫을 정도였는데..."

"교육이란 게 뭔지에 대해서 대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정말."


그러고는 J가 인터넷 기사 하나를 보여준다.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축구단에서 거금의 투자를 받아 유소년 캠퍼스를 설립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다음과 같은 관계자의 말이었다.

 선수들은 어떤 비용도 내지 않는다. 우리는 선수들에 대한 모든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빨래는 직접 하도록 한다. 축구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 역시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자기 빨래를 스스로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언제부터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게 되었나.

더이상 화장실 청소를 하지않게 된 우리 아이들이

그것 대신 얼마나 더 중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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