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락 한방현숙 Jun 06. 2016

울타리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울타리 안의

웃음과

생명과

행복을 지키겠다고


울타리 밖의

눈물과

죽음과

불행이

혹여라도 미칠까봐


울타리를 치려거든

제발 제대로 엮으시오.


썩은 들풀과

버려야할 쭉정이로

울타리 칠 생각은 아예 버리시오.


질기지만 향기나는 들풀로

꼼수 없는 튼튼한 나무로

울타리를 이제는 제발 제대로 만드시오.


어린 울타리 지킴이의 눈물까지는 섞지 마시오.


우리에게 부여 받은 대로

우리에게 약속한 대로

그렇게 울타리를 만들어 지켜주시오.


어린 울타리 지킴이의 생명까지는 빼앗지 마시오.


곳곳에 울타리에

구멍이 뚤리고,

닳아 없어지고,

산산조각이 나서,


이제는 더 이상

울타리 안에서도 웃음을 찾을 수가 없소.


어느 누구든

햇빛 아래  땀흘리며,

부끄러운 얼굴 그만 거두고

그 불행이 내 차례가 되기 전에

어서 빨리 울타리를 제대로 치러 모두 나오시오.


오랫 동안 마음 아픈 어린 청년과 뜻밖의 숟가락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