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검은 옷을 입은 그녀에게

by 도시락 한방현숙

오늘도

검은 옷을 입은,

예전에

화사한 웃음 자주 짓던

그녀가,


옷깃은

부풀어 펄럭이고

손목은

야위어 길을 잃어

끝내

동공은 허공에서 흩어진 채

갈피 잃은 걸음으로 휘청인다.

그녀의 웃음, 향기

가둬 놓은 화관도 아슬하게 출렁인다.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걱정스레 넘실댄다.

어제의

꽃향기 아랑곳없는

그녀의 시선

허공에 부딪힌

눈길, 따스한 바람으로

옷깃 부드럽게 감싸 안고

녹차의 첫 물을 따라

슬픔으로 생색내지 않아

더 시린 그녀의 시선을

일으키고 싶다.


한 모금의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

아직 그대로 거기 있음을,

빗장 풀어 담쟁이 걷어내

예전의 화사한 웃음 만날 수 있음을


검은 옷을 입은 그녀에게 증명하고 싶다.


향기 퍼지는 날

반듯한 이마 드러내고

머금은 한숨 토해내며

오늘의 걸음, 굳건해질 것임을


그녀에게

기특하다 전할

그날을 약속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