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락 한방현숙 Nov 25. 2020

검은 옷을 입은 그녀에게

오늘도

검은 옷을 입은,

   

예전에

화사한 웃음 자주 짓던

그녀가,    


옷깃은

부풀어 펄럭이고

손목은

야위어 길을 잃어  

  

끝내

동공은 허공에서 흩어진 채

갈피 잃은 걸음으로 휘청인다.   

 

그녀의 웃음, 향기

가둬 놓은 화관도 아슬하게 출렁인다.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걱정스레 넘실댄다.  

  

어제의

꽃향기 아랑곳없는

그녀의 시선  

  

허공에 부딪힌

눈길, 따스한 바람으로

옷깃 부드럽게 감싸 안고  

  

녹차의 첫 물을 따라

   

슬픔으로 생색내지 않아

더 시린 그녀의 시선을

일으키고 싶다.    


한 모금의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   

 

아직 그대로 거기 있음을,

빗장 풀어 담쟁이 걷어내

예전의 화사한 웃음 만날 수 있음을    


검은 옷을 입은 그녀에게 증명하고 싶다.    


향기 퍼지는 날

반듯한 이마 드러내고

머금은 한숨 토해내며

오늘의 걸음, 굳건해질 것임을


그녀에게

기특하다 전할

날을 약속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안 어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