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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Feb 16. 2023

새해 복 많이 받아, 딸아

단아랑 아빠랑 ep.11



2022년 12월, 우리 가족은 계획을 세웠다.

"새해는 조금 새롭게 맞이해 보면 어떨까?" 아내는 얘기했다.

''그래, 뭐 하면 좋지?" 나는 말했다. 아내는 이미 정해 놓은 듯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갔다.

''바다 가자, 단아가 바다를 한 번 도 못 가봤으니까'' 아내는 말했다. 사실 너무 의외였지만 좋은 아이디어였다. 사실 만삭일 때 강원도 양양 바닷가를 가본 적이 있다. 어쩌면 딸 단아에게는 두 번째 바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바다를 가기로 했다. 새해를 맞이하고, 단아에게 진짜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자! 바다가 우리를 부른다!"

2023년 1월 1일이 되었다. 마흔이 넘은 우리 부부에겐 한 살 더 먹는 것이 반가운 게 아니었지만 '여행'이라는 설렘은 나이를 잊은 채 즐거운 기분만이 가득했다. 아침부터 역시나 굉장히 분주했다. 딸과 외출 그것도 하루 이상을 여행 가는 날에는 전쟁이 따로 없다. 이번에도 남편인 내가 해야 할 일은 '엑셀'로 여행 계획과 '입고, 놀고, 먹고'라는 큰 테마에 맞는 준비물과 시간대별 일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론 전날 새벽에 벼락치기하듯이 작성했다. 아침에 출력을 하고 아내에게 전달했다. 


아내와 나는 정신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여행 경험으로 개인, 공통, 딸의 짐들을 캐리어에 쌓고, 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꼭 나가려고 하면 우리 딸은 '똥을 싼다' 웃기다. 귀엽다. 그리고 아... 그래도 출발하고 나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긴 했다. 고속도로 이동 중이었다면..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모든 엄마 아빠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바다로 간다. 이번엔 '강원도 낙산'으로 가기로 했다.

낙산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무엇보다 물이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아내와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낙산 비치호텔'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로 입력하고 출발했다. 


딸.. 자니?

나의 딸, 단아는 차만 타면 금방 잠이 든다. 갈 때 자고, 올 때 잔다. 이번 여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원도까지 가는 두 시간, 다시 집으로 오는 두 시간 동안 내내 자면서 왔다. 초반에 조금 칭얼대는 것 빼고는 차 안에서 너무 얌전하게 여행을 즐겨주었다. 누구의 말에 따르면 '멀미'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부부에겐 너무나 효녀라고밖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마워 우리 딸.


그렇게 신나게 양양 고속도로를 달려, 우리는 2시간 남짓 후 강원도에 입성했다.

언제부터였을까, 하늘색이 달라진 거 같고 왠지 보이지 않는 시선의 끝은 분위기가 달라져 보였다. 그랬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단아는 잠에서 깼고, 아내는 신나게 단아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바빴다. 당연하겠지만 단아는 바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서겠지만, 과연 바다를 보면 어떤 반응일까? 굉장히 궁금해졌다.



*영아를 위한 여행 tip

여행 전, 정말 많은 호텔과 펜션, 리조트 등을 검색해 보고 다양한 후기를 보며 숙소 선택에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 그 이유는 뷰가 기가 막히게 좋은 숙소는 많았지만 안전한 숙소를 찾기엔 쉽지 않았다. 여기서 안전이란 '낙상주의'를 말한다. 우리가 선택한 건 '온돌룸'이었다. 침대가 필요 없고, 네발기기를 충분히 해도 다칠 염려가 적은 온돌룸이 제격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호텔은 1층이 모두 온돌룸이었고, 우리 부부도 침대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단아와 함께 셋이 오붓하게 휴식을 할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온돌룸을 추천한다:)



''단아야,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 가족, 올해 좋은 일 많았으면 좋겠다!


호텔로 가기 전에, 우리 가족은 낙산 해수욕장으로 차를 돌렸다. 단아를 아기띠에 앉히고 열심히 백사장을 밟아 바닷가로 향했다. 천천히 걸었지만, 마음만큼은 달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1월 초, 엄청난 칼바람이 매섭게 우리를 맞이했다. 머리카락은 정신없이 휘날렸고, 강렬한 햇빛은 비타민 D를 마음껏 쏟아내주었다.


그래서, 단아에게 첫 바다는 어땠냐면..

표정은 일단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ㅋㅋ 너무 웃겼다. 결국 우리 부부만 엄청 신났던 거다. 아직 '바다여행'이 주는 설렘을 단아는 알리가 만무했다. 아무리 '단아야~!'이름을 불러봐도 매서운 바람과 햇빛을 받은 단아는 어리 둥절하기 바빴다. 그래서 기념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나갔다 돌아오는 바다를 배경 삼아, 멀리 끝없이 펼쳐진 유난스럽게 푸른 바다를 등지고 단아를 백사장에 앉혔다. 가져온 캠핑 의자 위에 쓸쓸히 혼자 여행온 듯한 콘셉트로 단아는 첫 바다의 추억을 가진채 사진에 담겼다.



행복했다.

감사했다.

나 그리고 부부

우리 그리고 세 사람이 된 후,

첫 바다여행이었다. 낭만적이고, 따뜻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우리 부부는 분명 단아와 함께해서,

만삭 때 셋이 왔던 바다를 다시 한번 1년 만에 방문했기에 더 즐거웠다.


새해 복 많이 받자, 우리

올해 좋은 일 많겠지! 바다를 향해 들숨에 희망을 날숨에 행복을..!


다음 날 우리 셋은 아침 일찍 기상했다. 당연히 낙산에서 바라보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정확한 일출 시간을 호텔 로비에서 안내해 줬다. 07시 42분. 새해라서 많은 인파가 보일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개미 몇 마리가 보이는 수준이랄까.. 휑했다. 우리는 호텔 옥상에서 '명당'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편하게 일출을 기다렸다. 사람도 없고, 날씨는 굉장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더 기대가 된 순간! 찰나와 함께 붉은 해는 강렬한 빛과 열을 뽐내듯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조용히 소원 같은 희망을 속삭였다. 나는 분명했다. 



''올해는 진짜 우리 가족 건강하고, 좋은 일과 돈 많이 벌게 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아무튼 다 좋은 일만 있길 바랐다. 우리 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세상 처음 바라보는 일출, 태양을 보았을 딸은 조용히 멍하니 응시하는 듯했다. 태양 때문인지 매서운 바람 때문인지 금세 볼은 빨갛게 달아오른 듯했지만 엄마와 아빠와 함께 일출을 즐기는 듯 보였다. 


''아빠, 엄마! 저도 천천히 잘 먹고, 잘 크고 있어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내요~''이라고 소원을 빌었을까?


이번 여행은 첫 우리 가족의 바다여행이었다. 바다가 주는 '설렘'과 일출을 통해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이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딱 그 정도면 만족스럽다. 올해도 역시 분기별 가족 여행을 떠날 것이다. 세 사람이 함께 할 때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따뜻한 우리 세 사람을 기다리는 곳으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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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2  ep.01~e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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