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엿가락
치매진단평가에는 기억력을 비롯하여 주의력 실행능력 등 다양한 인지기능의 검사들이 시행된다.
주 업무인 신경심리검사에서는 평가전 보호자 면담이 이루어지는데 대체로 배우자보다는 자녀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
자녀는 변해버린 부모의 모습이 걱정된다며,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허다한데 거의 모든 자녀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예전 기억은 정말 선명한데, 며칠 전 기억을 잊는다니까요!”
새로운 자극이 등록되어 유지되면 기억이라 부르고, 그렇게 기억된 자극을 또 다른 새로운 자극에 의해 꺼내어지면 추억이라 부른다.
내 아이가 나를 부르는 뚜렷한 첫 외침, 불안 불안하지만 감격스럽던 첫 발걸음 등등 인생에서 경험되는 강렬한 자극은 그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곱씹게 되고, 그렇게 종종 되뇐 기억은 쌓이고 쌓여 특별한 색을 지닌 추억이 된다. 그래서 언제라도 버튼만 누르면 그날의 감정이 나온다.
오랫동안 꺼내먹은 추억은 엿가락처럼 길고 달콤하다.
문제는 이 달콤함에 있는데, 너무 달아 속이 쓰리기도 하고 손에 치덕치덕 묻어 다른 것을 하지 못하게도 된다.
추억에만 살다 보면 현재를 과거의 잣대로만 비교하느라 지금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엿가락을 만들지 않는 것.
새로운 추억이 없다는 것은 기억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억을 정리해서 마지막 추억앨범을 정리해보자. 그게 언제였는가?
추억이 없는 우리에게 기억이 존재할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은 언젠가 꺼내먹을 엿가락의 신상품을 제조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