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아름다운 색깔이었으면
노을에서 제 황혼을 봅니다
가끔은 양털구름이 주황빛으로 혹은 금빛으로
저 넓은 하늘을 물들이며
저녁을 불러올 때,
그 긴 하루가 지친 걸음속에 마무리되어 갈 때
누구나 긴 숨을 내쉬고 보금자리를 찾아
외로운 가로등 위 전선줄이 그 하늘을 가를 때 쯤
기어이 한 몸을 누이고
지친 육신과 영혼을 오래된 낯익은 이불과 베게 위에서 쉬게 하지요
꿈꾸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저 노을빛이 어두움에 섞여 사라져가고
대신 까만 하늘위에 이제는 한 점 빛나는 별이 반짝이듯이
나의 영혼도 그렇게 빛나듯 반짝일 수 있기를
그것만 바라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 육신의 짐을 무겁게 지고 이 길을 걷다가
그 길 끝쯤에서 황혼을 만나서
모처럼 고개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다가
그 빛에 스르르 잠드는 나이든 어린아이입니다
다만, 그 색깔이 부디 아름답길
그래서 뒤에 오는 이들이 보고 다시 고개들어 바라볼 수 있는
그저 고운 빛깔의, 한 순간 물들일 수 있는
황혼녘의 양털구름이기를
그래서 나는 기도합니다
우리를 폭풍우가 아니라 고운 빛깔로
하늘을 한 순간이나마 물들일 수 있는
한 조각 아름다운 구름, 곧 사라질 보드라운 바람으로
지으시길
그렇게 색깔 입히시고 불러주시길.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