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당 꽃바다

누가 해탈을 얘기할 수 있는가?

by 진성민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고통을 예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기저귀를 갈아주는 그 손길이

나중에 나뭇가지 같은 거친 손가락 마디가 될 줄 알았겠어요?

나는 그냥 태어났고, 웃고, 떠들고, 자라면 될 줄 알았습니다

내 그 성장이 누군가의 피땀과 눈물의 교환인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 자라났고 결국 똑같은 부모가 되었구요


그러나, 과연 우리는 떳떳한가요?

등가교환의 법칙에 비추어서도, 나는 과연 그 무게만큼의

부모의 자격과 희생을 감수해 왔는지요?


저 가부좌을 튼 두 손 안에 든 나는

어떤 염원을 소리죽여 되뇌고 있었던가요?

누구의 행복을, 어떤 살아서의 복과 죽어서의 극락왕생을

과연 기원하고 있었을까요?


높은 산 암자위, 법당안에서 고요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신

세 분의 부처님께 묻고 싶어집니다

당신들께서는 과연 어떤 분들이시기에

이 불쌍한 중생들의 염원을 모아 받고 계신 건지요?


땀과 눈물과 피흘림 모두

값진 진주로 맺혀서, 마치 사리처럼

불타는 뜨거운 고뇌를 거친 후에야 응결되는 이슬처럼

그렇게 다시 차갑게 빛나는 아침이 되기를

꿈처럼 되뇌이고 계신 건가요?

나는 연화당 꽃바다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버텨냈을 뿐이지요


공손히 두 손 모아 빕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또한 극락왕생과 천국을 바라며

하루 하루를 지내온 작은 목숨들입니다

부디 향초처럼, 목탁소리와 풍경소리처럼

그렇게 우리를 놓아 두시길

바람에 흔들리는 대로, 햇빛에 비껴 빛나는 대로


그것이 우리 태어난 목숨들의

너무도 마땅한 갈 길입니다

깊은 산 속 누구도 돌보아 주는 이 없어도 홀로 사는 작은 새처럼

그냥 있는 것으로만으로도 이미 빛나는 목숨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더 빛날 단단한 결정체(結晶體)들입니다.

8O0A6628.JPG

2025.11.05.

작가의 이전글빛이 비추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