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의 새벽 풍경

제일 먼저 하루를 여는 사람들

by 진성민

새벽 산책을 하러 가다보면 매번 불이 환하게 켜진 식당이 있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수북히 손질된 음식 재료들, 이 시간에 벌써 풍겨 나오는 고소한 나물무침 냄새나 된장국 끓이는 냄새, 어떤 때는 생선조림 냄새도 난다. 몇 번을 그냥 지나가며 흘깃 보기만 하고, 천변 산책을 하고 오다 보니, 벌써 다 아침들을 드시고 가셨는지 한산하다.

어느날 산책마치고 돌아오다 물어봤더니, 공사현장의 작업자들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돈을 내면 아무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거의 주 4~5일을 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8,000원), 반찬 가짓수가 많고, 남기지 않게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덜어먹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내가 특히 좋은 것은, 이 새벽부터 갖가지 유니폼을 입은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것. 보통은 출근전에 혼자서 조용히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과 국그릇 하나 놓고 조용히 앉아서 먹다가, 왁자지껄 떠드는 남정네들과 섞여 먹는 것이 왜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신호수", "형틀" (아마도 형틀목수이신 듯),"화기감시자" 등의 글자들이 작업복 위로 겹쳐입은 빨간 조끼에 쓰여 있고, 어디서는 중국어가, 어디서는 나는 잘 모르는 우즈벡어(?)가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좀 북적북적, 시끌시끌, 아침부터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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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침이 아니긴 하다. 현수막에는 새벽 6시라고 쓰여져 있긴 하지만, 실제 식사 가능시간은 새벽 5시 부터이다. 내가 실제로 보니, 5시반에 가장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한다. 밥먹는 시간은, 실제로는 약 10분~15분, 후다닥 드시고는 일어나서 종이컵에 커피믹스 한 잔 타서 후다닥 밖으로 사라진다. 듣기로는 작업을 거의 7시부터 시작하신다고 한다. 식당 앞은, 승합차, 승용차들이 몰려서 어수선하다가, 식사가 마치는 새벽 6시쯤 되면 일제히 텅 빈다. 아마도 벌써 작업현장으로 가서 7시에 맞춰 작업준비들을 하느라 그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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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떠 있는 시간에 벌써 아침식사가 끝나간다.

신도시 공사 현장이 몇 백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보니, 점점 눈에 보이는 타워크레인 숫자도 늘어나고, 식당이용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 식당 사장님 말씀으로는 식당 공간을 3년을 계약했다고 하시니, 아마도 2028년이나 되어야 아파트 단지들이 완공되거나 GTX역사가 완공된다는 의미일텐데, 그때까지는 식당이나 공사 현장이나 이런 북적거림과 활기찬 새벽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공사현장의 소음과 야간의 타워크레인 항공장애등의 불빛이 불편할 수도 있고, 국적이 다양한 중년/노년의 남자들이 아침 점심 식사때마다 식당 주위에 몰려드는 걸 불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잠깐의 불편함이고, 결국은 그들로 인해서 인근에 또다른 누군가들의 집과, 상가와, 도로와, 타고 다니는 GTX의 역사가 생긴다면, 조금씩은 서로 참아야 할 일이 아닐까? 특히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이 직업으로 인해서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고, 자녀들의 교육비가 되기도 할 것이고, 정말 그 나라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할 고마운 일자리가 될 수도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저 음식들이 결국 우리에게 집이 되고, 길이 되기도 하고, 차가 되기도 하고, 각종 물건과 도구가 되어서 우리를 편하게 살게 하고, 또 다시 우리의 밥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 어떻게? 우리 자신들의 노동을 통해서.

우리는 다 각자의 노동을 통해서, 세상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집합적으로 모여서 이 넓고 크고 복잡한 세상을 공동으로 다 함께 꾸려가고,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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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차가 서 있다. 시간을 절약하느라 보통은 문도 닫지 않고, 후다닥 집앞까지 갖다 주고는 심지어 문을 열어놓은 채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 새벽에 얼마나 바쁘게 일하시는지! 그래서 저분들 덕분에, 나도 아침 출근전에 싱싱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기도 하고, 그날 꼭 필요한 물건을 받아서 출근할 수도 있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서 나도 살아가고 있고, 아마도 나의 노동을 통해서 누군가도 도움을 받고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렇게 상호의존적으로, 좋게 말하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몇 년 전까지는 나도 새벽에 직접 공항에 외국인 고객들을 픽업하러 스타렉스를 몰고 가곤 했었다. 어느 해 1월 중순 경, 정말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웠던 새벽, 영종대교를 지나는데, 차가 좌우로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열선도 없었던 스타렉스 핸들은 장갑도 소용없을 정도로 차가와서 손도 시렸고, 단기 주차장에서 1층 입국장으로 들어서기 전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도, 콧물이 쩍쩍 얼어붙고, 정말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정도의 추위였다. 왜 하필이면 도착시간이 새벽인 이 비행기를 타가지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입국장에서 기다리려고 들어섰다. 그러나 그 새벽에도 나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 우리는 다 비슷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 누구는 심야까지 일을 하고 늦잠을 잘 것이고, 누구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고, 누구는 평균적인 낮 시간대를 살 것이고, 등등. 새벽의 동트는 푸르스름한 빛, 한낮의 태양빛, 저녁의 석양, 심야에 검게 드리워진 밤하늘,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대에 다른 몸짓들을 하면서 살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것 아니겠는가? 어쩌다 한 번 하늘에 그려지는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모든 사람들, 그 첫차를 운전하는 기사님들, 그리고 이렇게 함바집을 여느라 새벽 2시반부터 수고하는 모든 함바집 사장님들에게도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이 세상을 멋지게 물들이는 한가지 두가지 각자 다른 빛과 색깔로 남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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