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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한 편지 Jul 14. 2024

바나나 키우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번 주제 '여름'은 구독자의 요청으로 썼다. 여름에 대해 그다지 쓸 말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A4용지 한 장 정도의 분량을 채웠다. 만족스러운 글은 되지 않지만 자신 없는 주제로 글을 써본 경험이 좋았다. 동네 친구와 빙수 약속도 잡았다.  

아래는 네 번째 <아담한 편지> 전문이다. 


<아담한 편지> 네 번째 편지입니다.     

여름입니다. 

여름, 다들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가요? 많은 구독자분이 여름에 대해 적어달라는 요청을 주셨어요. 여름이라.. 저는 일단 여름이 되면 짐이 늘어납니다. 외부 온도에 취약해 금방 전까지 땀이 났다가도 에어컨이나 선풍기 앞에 있으면 곧장 추위를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여름엔 긴 팔 겉옷을 항상 들고 다닙니다. 버스나 사무실에서 꼭 입어야 하거든요.     


여름에 관한 추억 하나 떠오르는 게 있는데 좋은 기억은 못 됩니다.

몇 년 전 제가 사는 부산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적이 있는데요, 아마 부산 사람이라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날 저녁 집에 가던 길에 갑자기 비가 내려 무릎쯤까지 거리에 물이 찼고, 온통 흙탕물이라 맨눈으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요. 자연에 두려움을 느끼며 잰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몸이 밑으로 ‘숙’하고 꺼졌습니다. 땅이 안 보여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추정컨대 거센 물살에 뚜껑이 열린 하수구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허리까지 물이 차 혼자서는 땅에 올라설 수도 없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분들이 제 손을 잡아 하수구에서 건져내 주셨는데요. 정말 고마우신 분들입니다ㅠㅠ 하수구에 빠지며 난 다리의 상처 때문에 몇 달간 병원에 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천만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지구 심판의 날 같은 장면들이었어요.      


매번 그렇지만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운 것 같습니다. 열대과일이나 살기에 좋은 날씨이지 사람이 살기엔 영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위를 좀 달래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휴대폰 배경을 시원하게 한 번 바꿔봤어요.

이렇게요. 

기분 탓인지 휴대폰을 볼 때마다 몸도, 정신도 시원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너무 더울 땐 저처럼 얼음 사진을 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보세요.

저의 또 다른 여름 나기 방법은 ‘수박 주스 마시기’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도 시원치 않은 한여름날에는 수박 주스만 한 게 없습니다. 달달한 수박 향이 입안에 퍼지면 찬물 샤워라도 한 것처럼 시원-해집니다. 

수박 주스, 빙수, 콩국수, 밀면, 복숭아, 참외.. 

여름 음식의 낭만이 있는 계절입니다. ^___^ 머지않아 동네 친구와 빙수 약속을 잡아야겠습니다. 근처에 빙수 잘하는 집이 있거든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잘 나보아요.     

오늘은 잔나비의 ‘여름가을겨울 봄’과 모어의 ‘깊은 밤에 우리’를 퇴근송으로 추천합니다.     

추신. 답장 주시는 분들. 편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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