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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한 편지 Jul 28. 2024

쌀국수

요즘 한창 빠져있는 음식인 쌀국수와 쌀국수 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에 대해 썼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재미있는 인연이었다.

아래는 여섯 번째 <아담한 편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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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편지>여섯 번째 편지입니다.

요즘은 쌀국수에 빠져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쌀국수 집을 방문하고 있어요.

담백한 국물과 야들한 면,고기,향긋한 고수를 한입에 먹으면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은 세상에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음식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있으신가요?저에게는 쌀국수와 관련된 강력한 인물이 있습니다.

배우 박보검입니다. 자세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면 대서사가 시작되니,최대한 간략히 써보겠습니다.


작년에 저의 단골 식당인 곰탕집에 배우 박보검이 왔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요.그 곰탕집은 주인 할머니가 혼자 운영하시는 아주 작은 노포입니다.

가기 전에 미리 전화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곳이고요,할머니가 서빙을 힘들어하셔서 하루에 스무 그릇만 파시거든요.

그렇게 작은 식당에 박보검이 방문했다니 놀랍다고 생각했었고,그 일은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짧은 파리 여행을 떠났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좋은 파리에서 아무리 멋진 풍경을 봐도

자꾸만 곰탕집에 왔다는 박보검이 생각나는 겁니다. ‘어떻게 박보검이 그 곰탕집을 알고 왔지..?’

당시에 저는 박보검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었는데도요.박보검의 곰탕집 등장은 평생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라며 같이 여행하는 친구에게 몇 번이나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저에겐 해외 여행을 하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쌀국수 집인데요,해외에서 먹는 쌀국수는 또 한국이랑 다르게 맛이 있거든요.

파리에서도 쌀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의지로 출국 시간을 몇 시간 남기고쌀국수 집에 들렀는데,웨이팅 줄이 있는 겁니다.

초조해하며 웨이팅 줄에 서 앞을 바라보았는데제 앞에 거짓말처럼 박보검이 서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유명한 연예인을 봤다는 사실보다박보검이 제 단골 곰탕집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쏠려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을 했습니다. “저,박보검씨..혹시 얼마 전에 부산에서 곰탕 드시지 않으셨어요...?”

그는 놀란 토끼눈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저 거기 식당 할머니랑 사진도 찍었는데”

“제가 단골이라서요.어떻게 거기까지 오셨는지 너무 궁금해서..”

“아~제가 아는 분이 추천해주셔서 갔어요.”그 답을 듣는 순간 몇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박보검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까지도 박보검이 왜 곰탕집에 왔지?라는 생각으로 잠들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러고도 짧은 몇 마디를 조금 더 나눴고,쌀국수 집에서 나온 이후에도 골목에서 몇 번을 더 마주쳐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저는 곰탕집 할머니에게 이 스토리를 이야기해주었는데,그 이후로 제가 곰탕집에 갈 때마다

손뼉을 치며 저를 맞이하십니다.

“이 아가씨가 불란서에서도 배우 박보검이한테 우리 가게를 홍보해주었다.”라며 손님들에게 자랑하시고요.

요즘은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박보검 팬클럽에서 모인 팬들이 종종 성지순례처럼 곰탕집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팬들이 방문할 때마다 할머니는 저의 파리 이야기를 말씀해주신답니다.

너무 간절히 궁금해해서 온 우주가 제 소원을 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신기한 파리에서의 인연이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소소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본인과 매니저에게 배포 허락 받은 사진입니다.)

2024. 07. 22. 월요일, 아담한 편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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